▲ A업체가 입주하려는 사업부지에는 수년째 폐기물이 방치돼 있다.

흥업면 대안리 주민들이 마을에 폐기물 처리업체가 발을 들여놓으려 하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지난 15년간 이곳에서 혐오시설이 운영돼 장기간 고통받아 왔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 허가권을 가진 원주시에 따르면 흥업면 대안3리 노루재 정상 부근에 폐비닐, 플라스틱, 목재 등을 분쇄·가공해 시멘트 회사 등에 연료로 납품하는 A 업체가 입주 의사를 밝혔다. 부지면적 9천여㎡, 시설(기존 시설)면적 1천53㎡ 규모이며, 지난달 17일 원주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에 주민들은 폐기물 가공 과정에서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원주시가 불허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 부지에는 각종 혐오시설이 들어섰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해당 부지엔 약 15년 전부터 폐기물 처리업체 등이 운영돼 왔으며, 경영난으로 수차례 업체가 바뀌고 또 다른 사업체가 입주하려 해서 장기간 문제가 지속됐다. 지난 2009년에도 기존 업체가 폐업한 뒤 방치된 부지에 퇴비공장이 입주하려 했으나 주민들이 막아선 사례가 있다.

2012년에는 또다른 폐기물 처리업체가 문을 두드렸으나 주민들이 이를 저지했다. 지금은 과거 폐업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뒷수습을 하지 않고 빠져나가 각종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적재돼 있고 건물도 방치돼 있어 골칫거리다.

주민들은 생활폐기물이나 대형폐기물을 처리하면서 오염수가 지하수와 계곡으로 흘러들어 인근 대안천과 대안저수지의 오염을 초래했기 때문에 새로운 업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최돈업 대안3리 이장은 "주민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농사를 짓고 있는 대안리는 원주푸드종합센터가 자리잡는 등 친환경 로컬푸드의 메카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며 "폐기물 처리시설은 주민들이 농업용수로 사용 중인 대안천을 오염시킬 것이며, 지역의 청정 이미지와 농산물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폐기물 업체의 사업계획은 법적 하자가 없어 원주시로서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허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에 운영되던 폐기물 업체는 폐비닐, 플라스틱 등을 녹여 고형연료로 만드는 과정 중 환경오염을 야기할 소지가 있었으나 A업체가 제시한 사업계획은 이렇다 할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원주시는 지난달 28일에 적정통보를 내주었다.

A업체의 경우 기존업체가 사용하던 건물의 내부 공간만을 활용해 폐기물을 적재하며, 파쇄·분쇄 시설을 설치한 뒤 스프레이식 습식 공법으로 분쇄하기 때문에 분진이 발생하거나 오염수가 누수될 위험이 적다고 원주시는 밝혔다.

다만 원주시는 주민들과의 협의와 더불어 기존 업체가 적재해놓고 간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불허 판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A업체의 사업계획엔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주민들과 협의와 주변정리 등의 정황에 따라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원주시가 불허 처분을 해줄 것을 당부하며 서명운동을 펼쳤고, 지난 13일 원주시에 성명서를 제출했다.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집회와 농성도 불사하는 등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