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정(왼쪽), 김경숙 협동조합해설사가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 등록된 직업의 종류는 1만4천200여개 정도, 비공식적으로는 2만여개가 넘고 경제활동인구만 해도 2천573만6천여명이나 된다.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직업군과 종사자가 대한민국에서 오늘을 살고 있지만 협동조합 산업관광 해설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단 2명밖에 없다.

그 희소적 가치로만 보아도 이들은 매우 중요한 존재들이지만 지역 시민은 물론 전국과 세계 곳곳에 협동조합을 홍보·교육시키고 있다면 이들의 존재가 더 소중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에서 근무하는 김경숙(49), 장소정(33) 씨는 대한민국 1호 협동조합 산업관광 해설사이다. 협동조합의 도시 원주를 홍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관광객의 수요에 부합하는 탐방 및 체험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등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7천200여명의 국내외 협동조합 관광객과 교육생이 지학순·장일순 선생으로부터 내려온 원주협동조합의 의미와 역사를 익히는데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협동조합 산업관광 해설사 직을 수행하면서 야간 근무는 물론 주말근무까지 쉴 새 없이 해설 일을 하고 있지만 원주를 홍보하는 까닭에 친근함과 미소를 잃지 않는다고 한다.

신분이 원주시 기간제 근로자임을 감안하면 원주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런 일들을 할 수 없어 보인다.

김경숙 씨는 "체험이나 교육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 목적에 맞게 강사나 업체, 장소섭외 같은 것을 해야 하는데 일요일 밖에 시간이 안 되는 분들도 많다"며 "집안 식구들이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하지만 외지인들에게 원주를 알리기에 최대한 즐겁게 맞이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경숙·장소정 씨 모두 해설사 이전에 원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김경숙 씨는 성공회 원주나눔의집에서 재가복지팀장으로 근무하며 홀몸어르신들에 대한 봉사활동을 해왔고 장소정 씨는 대학원 졸업 후 원주로 내려와 대안학교인 한알학교에서 지역공동체 생활을 배웠다.

지역사회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정작 원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고 했다. 장소정 씨는 "원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녔어도 원주 민주화 운동이나 협동조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자랐다"며 "무위당 학교에서 수학하면서 협동조합 해설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작년 6월 협동조합 산업관광 해설사가 되고 나서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20여개 회원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을 차례대로 돌아보며 사람들 얼굴 익히는데만 한 달이 걸렸고 세 달정도 되어서야 원주 협동조합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고.

해설사로 근무하면서 원주가 협동조합의 메카라고 불리지만 한살림과 밝음신협을 제외하면 대부분 영세한 업체들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기도 했단다.

김경숙 씨는 "대부분 협동조합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힘들어 해 소개할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 실무진과 조합원들이 지역 공동체 운동의 회복을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활성화에 서로 애쓰는 모습들을 보며 원주협동조합을 벤치마킹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수 천명의 시민들과 외지인들을 만났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이 깊은 사람들은 역시 우리 지역의 미래인 학생들이었다.

장소정 씨는 "지역 초등학생을 비롯해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원주 협동조합을 소개하고 교육하면 나도 커서 여기서 협동조합 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그때가 가장 보람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숙 씨도 "학생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지금 교육을 한 때의 추억으로 여길 수 도 있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지역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만 해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