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출신 애국지사의 항일정신이 광복 69년 만에 조명됐다. 원주시와 항일독립운동 원주기념사업회는 지난 15일 제69주년 광복절을 맞아 1919년 4월 횡성 읍내에서 펼쳐진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하영현(河永賢, 미상~1919)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고 밝혔다.

원주시와 항일독립운동 원주기념사업회(회장: 류인호)에 따르면 하영현 선생은 1919년 만세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추병륜, 추병학, 강만형, 강달회, 심의성, 신경묵 선생 등 천도교인들과 만세시위를 협의하고 3월 27일과 4월 1일 횡성장터 만세운동 봉기를 앞에서 선도했다.

특히 3월 27일 시위 중 강만형(소초면 둔둔리) 선생이 일본헌병에게 체포되자 닷새 뒤인 4월 1일 장날을 기해 소초면 둔둔리 주민들을 인솔해 횡성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일본헌병의 무차별적인 총격으로 강달회 선생 등과 함께 현장에서 순국했다.

선생의 시신은 당시 소초면 둔둔리 주민이자 강달회 선생의 일가인 강금갑 씨가 수습해 장례를 치른 것으로 전해진다. 선생의 묘소는 횡성군 모평리 구용골에 있다.

항일독립운동 원주기념사업회는 선생의 애국혼을 조명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보훈처에 서류를 접수했지만 서훈이 계속 미뤄졌었다. 선생의 후손이 없는데다 관련서류가 모두 소실되거나 말소돼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동경에 있는 주일한국대사관 지하 서고에서 발견된 3. 1운동과 일본 관동대지진 때 피살자 명부에서 선생의 이명인 '하돌림'이라는 이름을 찾아내면서 마침내 그 결실을 맺게 됐다. 선생이 순국한지 95년, 나라를 되찾은지 69년만의 성과이다.

항일독립운동 원주기념사업회 윤병진 연구원은 "뒤늦게나마 선생의 명예를 되찾게 돼 기쁜 일이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펼치고도 아직까지 서훈을 받지못한 애국지사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독립운동사의 중심 역할을 한 원주출신 독립운동가를 계속 발굴하고 그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4년부터 원주출신 애국지사에 대한 서훈신청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원주시와 항일독립운동원주기념사업회는 지금까지 애국지사 47명을 발굴해 서훈신청을 마쳤다.

그 결과 2005년 7명, 2006년 1명, 2007년 2명, 2008년 3명, 2010년 1명, 2011년 2명이 서훈을 받았다. 지난 15일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된 하영현 지사까지 포함하면 모두 17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