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조선시대 청백리 표상이었던 원주 출신 이희(李) 선생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희 선생(1522∼1600)은 25세였던 1546년 사마시에 합격했고, 1555년 식년문과에 합격해 관직에 입문했다. 1572년에는 승정원으로 옮겨 우승지와 좌승지를 지내면서 선조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다.

1573년 노모 병환을 살피기 위해 낙향을 청하고 원주로 내려왔는데, 강원도관찰사에 제수됐다. 이듬해 우승지로 중앙정치에 복귀했으나 그해 겨울 모친상을 당해 다시 원주로 내려와 삼년상을 지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강원도에서 의병을 모집했고, 1595년 부제학이 되었다가 이듬해 대사간·대사헌·동지중추부사를 역임한 뒤 이조판서에 올랐다. 1597년 예조판서 등을 역임했고, 79세였던 1600년 지돈령부사를 끝으로 벼슬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40년 넘게 관직생활을 하는 동안 토지와 노비를 전혀 늘리지 않았으며, 심지어 친구들이 그의 빈한함을 염려해 보낸 선물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대사헌으로 있을 때는 기력이 쇠한 말을 타고 가다가 말이 쓰러졌는데, 이후 피곤하여 땅에 주저앉은 말을 사람들은 '대사헌의 말'이라고 불렀다.

이와같은 청빈한 생활로 사후인 1603년 청백리(白吏)로 뽑혔고, 영의정에 추증됐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그의 청렴함을 "청백하고 검소하여 마치 물처럼 담백하였다. 거친 밥에 채소를 먹으면서도 태연자약 하였다"고 적었다.

묘는 지정면 간현리 능골에 있다. 간현(艮峴)의 지명유래가 이기 선생의 호인 간옹(艮翁)과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다. 원주시는 이희 선생의 청백리를 원주 청렴정신의 뿌리로 삼고자 이희 선생의 일대기를 적은 사료총서를 발간했다.

원주시 김성찬 주무관은 "청백리에 있어 황희 정승에 버금가는 인물"이라며 "공직사회에 이희 선생의 청렴정신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선양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희 선생의 청렴정신을 본받기 위한 동아리 활동도 진행되고 있다. 원주시 청렴동아리인 '청백리 이기'(이기로도 불림)로, 이희 선생의 사상을 탐구하고 묘역을 참배하는 등 청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회장을 맡고 있는 강명오 재산세담당은 "묘역 주변을 청백리의 길로 명명하고, 학생들이나 공직자들이 순례하면서 청렴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