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대문호 고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와 선생의 문학세계를 연구하는 토지학회가 출범했다. 토지학회(회장: 최유찬)는 지난 13일 서울 연세대 연세·삼성학술정보관에서 창립총회 및 학술대회를 갖고 첫 발을 뗐다. 작가가 아닌 단일 작품의 명칭을 내건 학회 창립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생전 선생과 관계가 밀접했던 문학평론가 최유찬 교수(연세대)를 중심으로 김병익·정현기·황현산·조남현 등 문학계 원로들이 고문으로 동참하고 우찬제·이상진·박상민·이승하 등 연구자 50여명이 학회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세계문학으로서의 토지'(최유찬 연세대 교수), '토지연구의 나아갈 길'(정호웅 홍익대 교수), '박경리 시세계의 넓이와 깊이'(이승하 중앙대 교수), '물리학의 잣대로 읽는 토지'(남균 전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등 '토지'를 밑거름으로 한 다양한 연구가 발표됐다.

'토지' 완간 20주년을 맞아 출범한 토지학회는 매년 봄과 가을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학문 간 영역을 넘나들며 '토지'와 박경리 선생의 문학에 대해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구를 주도할 계획이다. 해외번역 지원 등 '토지'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도 힘 쓰기로 했다. 오는 10월에는 원주에서 가을 정기학술대회도 열 예정이다.

토지학회는 창립 취지문에서 "'토지'는 우리 민족의 한과 사랑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기념비적 서사"라고 평가하면서 "세계 속 우리 문학의 자존심이며 우리 문화사의 고귀한 정신적 자산으로 자리 매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문학은 물론 역사학, 철학, 사회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도 '토지'는 의미 있고 매력적인 텍스트"라면서 "연구 역량을 통합하고 지원하며,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본격적인 연구 조직으로서 토지학회를 창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최유찬 교수는 "토지학회가 출범하면서 지금까지 개별 학자들의 관심사에 따라 방만하게 이루어져 온 연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됐다"며 "무엇보다 세계문학의 차원에서 '토지'를 비교문학적으로 연구하는 한편 해외 번역 출간을 위한 운동과 지원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