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만료되는 두부의 중소기업적합품목(이하 중기적합품목) 재지정을 둘러싸고 지역농협을 비롯해 콩 재배 농가들이 콩 값 하락에 따른 생계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문막농협에 따르면 두부콩인 백태(대원·태광, 1등급)는 2012년 1㎏당 6천원대였지만 지난해에는 3천200원으로 47%나 하락했다. 서리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넙죽이 1등급 1㎏에 6천원을 받았는데 2012년에는 1만1천850원에 거래돼 절반가량 가격이 하락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2011년 두부를 중기적합품목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차단시켰기 때문이다. 대규모 판로였던 대기업이 두부사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시장에서는 두부콩의 과잉유통 현상이 발생하며,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콩 값이 떨어지자 백태와 서리태를 주로 생산하는 문막·부론·귀래·신림 농가들은 콩 재배를 포기했다. 문막농협에 계통출하(계약재배)하는 문막·부론 백태 재배농가는 2012년 1천226농가에서 지난해 1천190농가로 감소했다.

문막 콩 재배농가는 "생산비 대비 수익이 반 토막 나는 형국이라 콩 생산 농가들조차도 사먹는 게 이익이라는 말을 한다"며 "농촌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중기적합품목 지정을 하면 콩 농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콩 값 안정에 힘을 쏟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농가 생계에 위협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영월 등 일부 지역농협 조합장들은 정부에 두부의 중기적합품목 재지정 논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남원주농협과 문막농협 관계자들은 콩 재배 조합원의 추가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정확한 수요예측에 따른 생산물량 조절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창진 문막농협 조합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차원에서 중기적합품목 지정은 이해를 하지만 수요·공급 예측 없이 판로처를 차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쌀 직불제처럼 가격 하락에 의한 차이를 보전해 주거나 최저가격 보장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원주농협 김현숙 전무 직무대리도 "당장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피해 농가들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수요 정보를 전달해 농가 스스로 콩 재배 물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