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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문화야, 이 바보야
2014년 08월 11일 (월) 임상오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최근 우리 사회를 강타하는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물질적 풍요가 결코 우리에게 안전과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염병처럼 창궐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달성한 나라라면 예외 없이 치러야만 하는 '사회적 비용'이라고 하기에는 그 강도가 세고, 우리의 마음을 너무나도 아프게 한다.

현재 우리가 겪는 일련의 사회병리현상에 대해 보다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문제해결과정에서 정부가 지속적으로 무능을 드러내고, 정직하지도 않다는 인상을 남길 때, 국민은 국가와 공동체에 의존하기보다도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동'하는 세상의 풍속에 더욱 깊이 빠져들 것이다.

영화 '명량'이 개봉된 지 일주일 만에 관람객이 600만 명에 달한다는 소식은 한편에서는 금년 들어 침체를 겪던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블록버스터 영화의 탄생을 알리는 희소식임에 틀림없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순신 장군처럼 조국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의 부재'가 어느 정도인가를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창조경제'를 주창하는 정부가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방식은 철저히 경제 지향적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의 아베'로 불리는 경제부총리가 2014년 현재 10대 기업 기준으로 515조9천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과세하고, 추경을 통해 26조원에 달하는 돈을 풀고,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제 활성화 처방들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낳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경제가 심리'라는 것을 감안할 때, 기업의 투자 환경과 내수를 진작시키는 심리적 환경이 조성되어 민간의 투자의욕과 소비의욕을 자발적·합리적으로 생기게 하지 않는 한, 이번의 경제 활성화 조치는 엄청난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일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있고, 경제 불황의 골만을 깊게 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근원적인 문제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결정을 기다리다 타이밍을 놓쳐버리거나, 특별히 허가받지 않는 한 모든 것이 금지되는 '수직적인 조직문화'이다. 지난 60∼70년대 한국사회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해 왔던 이러한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정치권은 물론이고, 행정과 군대 및 교육, 심지어 창조적인 예술 영역에까지 깊숙히 침투되어 있다. 이처럼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우리 사회(특히, 공공조직)를 지배하는 한, 개인의 창조적 아이디어는 그 꽃을 피우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6월 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8회 국제문화경제학회에 참석한 길에 캐나다 퀘벡 지방과 미국 북동부 지역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캐나다와 미국 접경을 흐르는 광대한 나이아가라폭포도 아니었고, 프랑스의 파리보다 더욱 파리다운 도시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는 퀘벡시의 구도심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북미대륙을 활보하는 일반 자동차들의 번호판 내용이었다.

캐나다 퀘벡 주에서는 '나는 기억 한다'(Je me souviens)는 프랑스어 자동차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거리를 활보했다면, 미국에서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live free or die)이라는 햄프셔 주의 자동차 번호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이들 지역에서는 자동차 번호판이 우리가 누구이고,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알리는 문화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

'인간이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성경의 구절은 동서고금의 진리지만, 선조들이 남긴 정신적 유산을 일상의 차량 번호판으로 담아내는 '생활의 예술화'야말로, 정치와 행정, 군대, 교육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스며든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바꾸는 시발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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