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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산에 폐기물 처리업체가 웬말
2014년 08월 11일 (월) 최재석 한라대 건축학부 교수 wonjutoday@hanmail.net
   

한 마을을 살기 좋은 마을,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땀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산 허리를 싹둑 잘라 보기 흉하게 택지를 조성한 전원주택단지, 마을 앞산 정상에 파르테논의 위용이라도 자랑하듯 우뚝 솟아 있는 방치된 공장형 철골구조물, 마을 입구 폐교된 초등학교를 철거하고 지붕을 반사재료로 덮어 지은 대형 창고형 건축물, 방치되어 보기 흉한 대형 비닐하우스, 가동되지 않는 마을회관 지붕위의 태양열 전지판 등 마을의 분위기를 깨는 것들이 수도 없이 생겨나고 있다.

그것뿐인가? 걷기 편한 길을 만든다고 잘 자란 나무를 베어내고, 뚝방길 한가운데에 체육시설을 설치하여 걷는 길을 막는 일 등 날이 갈수록 오히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시설들이 자꾸 생겨나고 있다. 주위를 한번만이라도 관심있게 둘러본다면 금방 알 수 있다.

최근에 마을 앞길 정상에 폐기물을 처리하는 유해시설이 들어온다고 하여, 갑자기 마을회의가 열리고 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렇치 않아도 농사로 한껏 바쁜 시기이지만 마을주민들은 현수막을 달고, 진정서를 준비하고 있다.

정말로 뿔이 많이 나 있다. 왜냐하면 벌써 같은 일로 세 번씩이나 힘들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날씨는 무덥고, 비도 충분히 오지 않아 농토가 해갈(解渴)을 못해 농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이 시점에 '폐기물처리 사업체'가 마을 앞길 정상에 설치된다고 하니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그것도 세 번째이다.

경위는 이렇다. 이미 오래전에 덕가산 자락 고갯마루에 '폐비닐 재생공장'이 들어섰으나 이후 가동이 멈추면서 땅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

그런데 그 장소에 다시 '퇴비공장'이 들어 온다고 해 온 마을주민들이 합심하여 저지한 바 있다.(2009.3.23.) 그 이후 이 자리에 '폐기물처리 사업체'가 들어온다고 해 또 한번의 소동이 벌어졌으나, 마을주민들은 한결 같은 마음으로 퇴치할 수 있었다.(2012.3.12). 그런데 최근에 또 다시 같은 장소에 '폐기물처리 사업체'가 들어온다고 한다.(2014.7.29) 어떻게 이러한 일이 세 번씩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담당부서의 행정 미숙인가 아니면 사업체의 '밀어붙이기식', '법대로 하자는 식'인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큰 틀에서 지역을 보고, 지역주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법적 판단에 앞서 상식이 통하는 일처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해물을 다루는 기업이 사업을 신청하는 단계에서 사업체가 들어설 위치에 대한 고려, 그동안의 경위 및 사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만이라도 해주었더라면 지역주민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최소한 관련 부서에서는 신청 사업체에 지역의 자연환경적 정서에 맞는 업종이 유치되도록 현장방문 등을 통해 제대로 설명하고, 업종을 변경하도록 유도하였더라면, 이러한 불편한 일은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폐기물처리 사업체'가 들어서고자 하는 위치는, 덕가산 자락 정상(대안리-비두리 사이의 길 정상)으로, 여러 마을이 길게 걸쳐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원은 대안저수지를 더렵혀 하천의 생물을 살지 못하게 하고, 농업 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법적인 문제 이전에 보다 큰 테두리에서 원주를 구상하고 마을주민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4조의 4)의 '도시의 지속가능성 평가기준'을 참고하였으면 한다. 여기에는 "토지이용의 효율성, 환경 친화성, 기반시설 공급의 적정성, 생활공간의 안전성, 쾌적성,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단지 법적 테두리 안에서 「폐기물 관리법」(제25조)의 목적에 부합한다면, 어떠한 유해시설이라도 설치할 수 있다는 논리는 마을주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지역에 대한 몰이해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 자리를 빌어 관련 부서와 폐기물처리 신청 사업체에게 간곡히 여쭤본다. 정말로 이러한 시설이, 이 자리에, 이런 식으로 들어와도 좋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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