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보호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여름철은 겨울철보다 숙식 여건이 자유롭다보니 노숙인들의 활동 반경이 확대돼 이에 따른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다.

노숙인들에게 숙소와 먹거리를 제공하고 의료지원, 직업상담, 단주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는 원주노숙인센터에 따르면 원주에서 약 50명이 거리를 떠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20% 정도는 원주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타지역에서 온 이들로 특정 장소에 기거하거나 정처 없이 배회하고 있다. 또한 절대 다수의 노숙인들이 이혼, 가정불화 등 가정해체로 인해 거리를 떠돌고 있는 실정이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원주시, 노숙인센터, 경찰은 이달 한달 간 주·야간으로 노숙인 계도활동을 진행 중인데 현재 원주역 앞 상징조형물 일대, 시민문화센터 지하와 뒤편 소공원, 원주천 일대 교량 밑 등에서 발견된다고 밝혔다.

주로 시내 중심가를 떠도는 이유는 갈거리사랑촌 십시일반, 노숙인센터, 밥상공동체에서 무료급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이 건물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생활하면서 이에 따른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시내 곳곳에 나타나면서 하루 수십통의 민원 전화를 받는다"며 "노숙인들에 대한 계도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면서 보호시설 입소를 권장하거나 귀향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숙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건강상 문제는 물론 각종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노숙인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원주에서 남성 노숙인 4명, 여성 노숙인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노숙인 중 90% 이상이 알코올 중독 또는 술을 자주 마시는 상황에서 숨진 노숙인 중 4명도 술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노숙인들 사이에서도 서열화 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 자리싸움도 빈번해 각종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정이 열악한 가운데 노숙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설에 입소시켜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이지만 노숙인들이 이를 거부해 관리 당국은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노숙인센터와 여성 노숙인 쉼터 옹달샘, 밥상공동체의 다시서는 집, 원주복지원에는 노숙인 120여명이 생활하고 있는데 거리의 노숙인들은 시설 입소를 거부하고 있다. 시설 입소 기본 원칙이 절주이며, 시설의 생활규정 등을 꺼리기 때문이다.

시설에서는 직업소개, 알코올 중독 치료, 정신 치료, 상담 등의 갱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이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주노숙인센터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 협조로 보증금 100만원, 월세 3만~5만원의 저비용으로 영구임대주택을 알선해주고 있지만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상길 원주노숙인센터장은 "지속적으로 노숙인들을 설득해도 관심을 받기 싫어하기 때문에 속이 탄다"며 "노숙인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위급상황 시 대처하기 위해 틈틈이 그들을 만나 얼굴을 익히고 신상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리 당국은 노숙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그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절실하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이상길 센터장은 "인생의 쓰디쓴 경험으로 이 상황에 처한 이들을 피하려 하지 말고 따뜻한 손길로 치료해야 할 환자라고 인식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태론 노숙인들을 보호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일본 오사카의 경우 수백명의 노숙인들이 자유롭게 생활하는 집성촌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처럼 집약적으로 보호·관리할 수 있는 국가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