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선순환 패러다임은 항상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면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이를 통해 기업 매출이 증대되면 고용을 늘려 재투자하는 ▷투자 ▷소비 ▷고용의 순환구조를 이루어왔다.

최근 소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긴 하지만 어느 것이 먼저 되던 가계, 기업, 정부의 경제 주체가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야 함에는 틀림이 없다.

삼양식품이나 한일전기 등 지역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향토기업이 살려면 지역 소비가 살아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활성화의 선순환 구조가 중앙뿐만이 아닌 지역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기 때문이다.

2011년 나가사끼 짬뽕이 3천만개 이상 판매돼 대 히트를 기록했을 당시 삼양식품은 지역민을 200명 이상 고용했다. 매출은 물론 시장점유율이 오르며 기업 투자가 활성화된 것이다.

정태운 삼양식품 생산본부장은 "라면 매출의 2~3%만 증대돼도 지역 주민을 200~300명정도 추가 고용할 수 있다"며 "타 계열사가 소재한 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힘써서 삼양라면을 팔아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주의 경우 삼양라면 매출은 바닥을 기고 있다. 수도권 인구가 많이 유입돼 향토기업과 제품에 대한 애향심이 없기 때문 일수도 있지만 기업이 가진 지역투자여력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구매율이 낮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 같은 현상은 한일전기도 마찬가지다. 한일전기는 지난달 42억원을 들여 신공장을 증설하고 8월 중순에는 기존공장을 리모델링해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들 중 한일전기에서 어떤 제품이 생산되는지 어디서 구입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한일전기 김종섭 대표는 "한일전기 제품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들이 아니기 때문에 매출증대가 최우선적으로 수반돼야 기업이윤을 담보할 수 있다"며 "혁신도시에 건설되는 신청사에 우리 제품이 판매되면 좋지만 대기업 계열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쉽지 않다"고 밝혔다.

300여명의 지역주민을 고용하고 있는 한일전기는 지주회사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지만 원주 본사의 경우 오히려 생산인원을 늘리는 등 지역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역경제계 한 인사는 "원주를 대표하는 유명 기업들이 꽤 있지만 막상 시민들이 이들을 외면하면 향토기업은 말뿐인 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기업자체가 영업력을 확대해야하는 측면도 있지만 지역에서 매출 붐을 일으키는 것도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