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민들이 옥수수 출하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부론면에 사는 박모(31) 씨는 올해 1만여㎡(3천여평)에 옥수수를 심었다. 박 씨는 지난해 1만6천㎡에 옥수수를 심었었다.

올해 재배면적을 줄인 이유는 지난해 유통업자와 1천500만원에 계약재배를 했는데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자 유통업자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2천만원 정도의 손실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박 씨는 "지난해 농업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옥수수 농사를 지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올해 계약재배를 하지 않고 문막농협에서 주최하는 옥수수축제에 옥수수를 공급하기로 했다.

농민 소득증대를 위해 진행된 문막농협 옥수수 축제는 농·축산물 직거래장터로, 현장판매가격은 20개 1상자에 1만원, 30개 한상자는 1만3천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박 씨는 축제에 전체물량을 공급하지 못했다. 옥수수작목반에서 수요에 맞춰 공급하도록 물량을 조절했기 때문이었다.

박 씨는 남은 물량을 서울 가락동시장에 판매하기로 했다. 가락동시장에서 개최되는 축제와 겸해 옥수수를 출하하기로 했지만 날씨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가뭄으로 인해 상품성이 떨어져 하루라도 빨리 출하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게 될 처지였다. 이에 축제와 상관없이 옥수수를 수확했다.

수확한 옥수수는 30개 묶음 300자루가 채 되지 않았다. 서울까지 가는 트럭을 임대하고 인력을 동원해 수확하는 비용으로 120만원이 지출됐다. 이날 박 씨가 가락동시장에서 번 돈은 300여만원. 종자값과 수확비용을 지급하고 나니 손에 쥔 건 100여만원에 불과했다.

이와 반대로 소초면에서 친환경 옥수수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온라인 판매를 겸하고 있는 이 농민은 박스당 1만5천원에 판매한다.

이 농민은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해 품질을 높이고 출하 시기를 조절하며 직거래 위주의 판매망을 갖췄다. 파종할 때 시기를 달리해 수확시기도 다양해졌고, 저온저장고를 갖춰 수확 후 냉동상태로 보관한다. 냉동하면 연중 출하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물량이 적은 시기에 판매해 고소득을 올린다.

원주시는 농업인 소득창출을 위해 저온저장고를 지원하고 있다. 저온저장고를 설치하기 위해선 자부담이 소요된다. 규모와 크기에 따라 지원금이 다른데, 자부담 비용은 20~30%이다. 그러나 농업규모가 작은 농가에서는 자부담을 들이면서까지 저온저장고를 설치하는 게 부담스러워 꺼리고 있다.

저온저장고를 설치한다고 해도 유통방식이 문제이다. 현재 관내 농산물 판매 방식은 밭을 계약하거나 가락동 시장 등 중간도매상을 거쳐 판매하는 방식이다. 문막농협처럼 직거래 장터를 통해 판매하기도 한다.

밭을 계약하는 방식은 계약업자가 계약을 파기하면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중간도매상을 거치면 생산대비 낮은 단가를 받는다. 자체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선 직거래 장터가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도심지역과 농촌, 공공기관과 마을을 연결하는 자매결연이 있지만 대부분 일회성 행사에 그칠 뿐 적극적으로 농산물을 소비해주는 일은 드물다.

부론면 단강2리의 경우 원주혁신도시로 이전예정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자매결연을 맺고 농산물 직거래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에게 판매하기로 협약을 맺었지만 단 한 번도 농산물 직거래를 한 적이 없다.

마을 주민은 "자매결연을 통해 공단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이를 언론에 노출해 사회적 붐을 조성하지만 정작 실속 있는 판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한 판매망 확보에는 지자체의 노력이 절실하다. 공공기관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원주시가 적극적으로 지역 농산물을 홍보하고 판매까지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초면 흥양2리 농민 K 씨는 "농민들이 공공기관과 직접 대면해 농산물을 판매할 순 없고 연결망을 지닌 지자체가 세일즈 부서를 활용해 공공기관과 타 지역에 지역 농산물이 판매되도록 적극적인 마케팅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