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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정신분석
2014년 07월 21일 (월) 신병식 상지영서대 행정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는 피해 당사자와 유족들 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국민 개개인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충격과 고통은 망자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 구조에 대한 안타까움 모두에서 비롯된다.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저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잊혀지는 것"이라며 "잊지 않겠다고 위로해 달라. 그리고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정신과전문의 정혜신에 따르면 유족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죄스러워 마치 울 자격도 없는 사람이 울고 있다는 듯이 입을 틀어막고 웁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사고발생 원인에서부터 초동대응, 그리고 정부의 재난대응 체계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인재였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7월 8일 나왔다.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세월호 사건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지난 6월 7일 라캉정신분석학회에서 이루어진 논의를 소개하기로 한다. 정신분석의 관점에서는 상실된 대상에 대해 '적절한 애도작업'이 대단히 중요하며, 그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병적인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적절한 애도작업이란 사건에 대한 정당한 원인 규명과 그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을 때 그 사건이 발생시킨 상실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심각한 우울증,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강한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여기서 죄책감은 사건 발생 자체에 대한 책임, 즉 어이없는 죽음으로부터 그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무력감과 그에 따른 강한 자책감 뿐 아니라, 그 사건의 원인 규명을 적절히 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력감과 죄책감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화살이 바깥쪽 대상으로 향하지 못할 때, 그것은 바깥이 아닌 내부, 즉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진다.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우울증의 밑바닥에는, 어쩌면 나도 그 죽음의 원인 제공자가 아닌가라는 생각, 그 원인을 만들어내는 데 동참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보다 근원적인, 무의식적 죄책감이 작동하고 있다. 정신분석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행위도 하지 못하는 햄릿의 우유부단함과 무력감, 그에 따른 그의 심각한 우울증이 전형적인 사례로 제시된다.

아버지의 원한을 갚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선왕의 유령은 계속해서 햄릿에게 출현한다. 햄릿 우울증의 보다 근원적인 밑바닥에는, 아버지 선왕을 살해하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며 왕위에 오른 그 삼촌이 만들어낸 왕국의 새로운 권력 현실 속에서 햄릿 자신은 단지 그걸 즐기고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무의식적 각성이 자리잡고 있다.

라캉 정신분석은 진정한 애도란 궁극적으로 사회적, 정치적 행위여야 하며, 이러한 애도 행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권력과 그것이 주는 쾌락으로부터 우리를 분리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애도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햄릿의 선왕처럼 계속해서 그 죽음의 영령들이 우리 앞을 반복적으로 배회할 것이고, 더 나아가 제2, 제3의 세월호 사건으로 회귀하여 우리를 끝없이 괴롭히며 책임을 추궁할 것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안전 불감증에서부터 업무태만과 비리, 재난대응체계의 부실 등을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서 비정규직의 문제, 선장부터 선원에 이르기까지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지불되지 않는 고용구조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 밑바닥에는 대기업의 힘과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국경제의 현실이 있고,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정책들이 있다. 그 경제구조의 사닥다리 아래로 내려가면 갈수록 더욱 열악한 고용형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대기업이 망하면 우리 경제도, 그리고 나의 일상도, 내가 누리는 조금의 즐거움조차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믿음을 강하게 갖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경제가 제공해주는 조그만 단맛에 탐닉하여 그걸 변화시키려는 어떤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세월호 사건이 빨리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그 외상적 상처가 적당히 봉합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전과 다름없이 일상이 제공하는 소소한 즐거움에 다시 빠져 들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유병언 개인의 문제로 모든 걸 환원시켜 그에게 뒤집어 씌우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견디고 살만한 공동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은 것은 아닌가. 그런 나쁜 사람들 몇몇만 잡아넣으면 그냥 괜찮은 사회야, 라고 자족하고 싶은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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