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계동 지하차도 쌈지공원에 심은 복자기 나무가 말라가고 있는 모습.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나무와 꽃들이 타들어가고 있다. 도심 공원이나 도로변에 심은 나무들이 말라가고 있으며, 일부는 고사위기에 처해있다.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무들은 문제가 심각하다. 땅속에 뿌리를 활착하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필요하며, 토양은 수분을 머금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땅이 메말라 영양분을 흡수하기 어렵고 뙤약볕만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나무들이 시들고 있다.

단계동 지하차도 위 쌈지공원, 행구수변공원, 국민체육센터 앞 명품가로숲길 등 원주시가 올해 나무를 새로 심은 곳에서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하차도 쌈지공원에 심은 복자기 나무는 가을에 붉은 단풍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잎이 이미 누렇게 말라버렸다. 행구수변공원에서도 자작나무 등 일부 관상수의 잎이 말라가고 있다.

봄부터 지금까지 평년을 상회하는 수준의 비가 내렸다면 이러한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테지만 예상치 못한 가뭄 때문에 원주시는 난감해 하고 있다. 이에 원주시는 마름 징후가 나타난 나무에 물주머니를 달아 땅속으로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또 급수차를 동원해 주기적으로 물을 주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6월 중순 이후에는 나무를 식재하는 공사를 발주하지 않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가뭄이 나무들의 생장에 심각한 영항을 미쳤다"며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꽃들도 사정은 똑같다. 꽃씨를 뿌려도 좀처럼 줄기를 뻗지 못하고, 이미 심은 꽃들은 말라죽어가고 있다. 태장2동의 경우 흥양천을 지속적으로 꽃밭으로 가꿔오면서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올여름은 한숨만 쉬고 있다. 태장2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흥양천에 백일홍 등 꽃씨를 뿌렸으나 제대로 개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묘목을 생산하는 조경업체와 농장들도 울상이다. 가뭄을 우려해 나무를 심으려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매출은 절반 가까이 하락했고 나무를 가꾸기 위해 드는 비용은 두 배 가량 늘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소초면에 위치한 A농장은 "찾아오는 손님들이 뚝 끊기다보니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면서 "나무를 살리기 위해 수도 없이 물을 줘야하며, 이를 위해 인건비와 운영 경비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당장 비소식은 희박해 고충은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이번 주 강원도 영서지역에 비가 내릴 확률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보했다. 7월 말은 돼야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