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달째 가뭄이 이어지자 바닥을 드러낸 흥업저수지.

몇 달째 이어진 극심한 가뭄에 농민들의 한숨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원주시와 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은 가뭄 대책 마련에 나섰다.

4~5월 파종기를 거쳐 수확기에 접어든 6월까지 원주시는 가뭄에 시달렸다. 지난 4월과 5월 강수량은 각각 47.7㎜, 35.2㎜에 불과했으며, 이는 평년 강수량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6월은 더욱 심각하다. 6월 강수량은 40.1㎜로 작년 강수량 199.2㎜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고, 전국 평균(77.6㎜)에도 못 미쳤다. 이따금씩 비가 내리긴 했으나 대부분 단발성 소나기에 불과해 가뭄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다. 15개 저수지를 관할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원주지사에 따르면 저수율(7월 3일 기준)은 31.5%까지 떨어졌다. 10년 평균 76.2%, 작년에는 88.5%를 기록했었다. 특히 궁촌(귀운)저수지는 11.6%로 가장 낮은 저수율을 보였고, 흥업(매지)저수지도 14.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한국농어촌공사는 부론면, 문막읍 등에서 저수지 주변 하천을 준설한 뒤 양수기로 물을 끌어올리는 등 궁여지책을 마련했다. 궁촌저수지의 경우 대형 양수기 4대를 배치해 근근이 유지하고 있으며, 부론면 손곡리에도 양수기가 동원됐다.

흥업저수지의 경우 앞으로 열흘 정도면 마를 가능성이 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원주지사 관계자는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단비가 내리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시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원주시는 부론면 노림리, 정산리, 흥업면 흥업리, 귀래면 운계리, 판부면 서곡리에 위치한 6개 저수지를 준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 내 하천 19개소의 바닥을 준설할 방침이며, 이마저도 부족한 일부 지역은 대형관정을 뚫어 물을 확보할 방침이다.

농민들도 양수기를 동원하며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저기 물부족을 호소하면서 농민들 간 갈등이 빚어지는 곳도 있다. 농민 A 씨는 "개울도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주민들이 물을 확보하려다 언성을 높일 때도 있다"며 "비가 원 없이 쏟아질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농작물 값이 바닥을 치며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가뭄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으로 생산물량이 많은데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빚어진 결과다.

원주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한창 수확기에 접어든 감자(20㎏ 기준)는 1만4천~1만5천원, 오이(100개 기준)는 1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30% 낮은 가격이다. 양파(20㎏ 기준)는 4천원 정도로 작년(1만5천원~1만8천원)과 비교하면 절망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도 영서지역의 이번주 날씨는 대부분 맑겠으며, 비가 오더라도 소량일 것으로 관측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음주엔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의 강수량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동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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