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양양에서는 현산문화제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현산정에서 진행되는 강원도 남녀 궁도대회에 심판으로 배정돼 원주에서 양양까지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오후5시 쯤 궁도대회는 모두 끝나고 다시 원주를 향해서 늙은 말 프레지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한참을 달리던 나의 애마 프레지오가 열을 받기 시작했다. 온도측정기가 중간을 넘어서고 계측기 한 마디 더 지나갈 무렵 횡계 나들목으로 빠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횡계 시내 쪽 첫 번째 정비공장 휴일, 두 번째 카센터 휴일, 세 번째 정비소에 들어갔다. 정비소 사무실에서는 사장님과 친구들이 통닭에 소주로 피로를 달래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자동차 정비를 부탁했다. 한마디로 거절. 지금은 음주 중이라 자동차 정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절당한 뒤 사무실을 나오려는데 함께 자리하고 있던 한 분이 일어나며 "어디 한번 봅시다" 하는 것이었다. 그는 조수석 쪽 의자를 들어 자동차 부품을 살펴보더니 라바호스가 터졌다는 것이다. 라지에이터에서 빠져나오는 물이 순환되는 고무호수가 터져 물이 없으니 차가 열을 받고, 더 열을 받으면 자동차 헤드가 깨져버린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점검해 고장 난 부분을 살펴보던 그 분은 "다행히 빨리 와서 더 큰 고장은 없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제 응급으로나마 정비만 하면 되는데, 자기는 잠깐 들른 사람이라 부품이 없다며 나보다 더 난감해 하며 걱정을 했다. 난 아무것도 모르지만 차가 내 소유이기에 멍청한 제안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새는 부분을 자르고 응급으로 짧게 연결하자고 했다. 그는 그렇게 했다.

라지에이터에 물을 채우고 시동을 걸자 위에 있는 고무호수가 또 터졌다. 이번 것도 같은 방식으로 자르고 연결했다. 무사히 위험한 조치는 끝냈고 정비대금을 지불하려고 하자 그냥 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돌아서서 나오기는 너무 미안했다. 양양에서 지인이 건네준 멍게 한 봉지가 있는 것을 건네주며 받아달라고 하자, 그는 "이럴 필요 없는데" 하면서 "감사히 먹겠다"고 했다.

나는 가슴 훈훈한 마음으로 원주를 향해 출발했다. 횡성휴게소에 잠깐 들려 차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그에게 받은 명함의 번호로 전화해 무사히 잘 가고 있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차는 원주까지 아무런 말썽 없이 도착해 주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가슴으로 사랑을 전하는데 게으르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