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래1리 귀운저수지. 최근 봄가뭄으로 저수율이 25%를 밑돌고 있다.

극심한 봄 가뭄에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저수지는 마르고 계곡·하천 수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농작물들은 시들어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원주의 올해 4월 강수량은 47.7㎜, 5월은 35.2㎜에 그쳤다. 이는 작년 4월 82㎜, 5월 82.6㎜에 비해 현저히 적다. 지난 30년간 4·5월 강수량 평균값이 각각 66.7㎜, 93.5㎜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가뭄이 유독 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 3일 비가 내리긴 했으나 각각 1.5㎜, 1㎜에 그쳐 마른 대지를 적셔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더욱이 5월 기준으로 평균기온은 19도, 평균 최고기온은 25.8도로 30년 평균값(평균기온 17.3도, 최고 23.9도)보다 높았다. 일조량은 298.8시간(30년 평균값 221시간)에 달해 가뭄에 대한 체감도는 클 수밖에 없었다. 농촌 저수지 중 바닥을 드러낸 곳도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원주지사가 관할하는 저수지는 18개소(평창 2개소)로 저수율은 지난 2일 기준 53%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저수율 85%는 물론 10년 평균값인 71.8%에도 턱없이 못미친다.

특히 귀래면 귀래1리 귀운(궁촌)저수지는 만수면적 20㏊, 115만9천톤의 물을 채울 수 있는 대형 저수지지만 저수율은 25%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원주지사 관계자는 "열흘 안팍으로 저수지가 완전히 마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귀래1리는 과거부터 물이 부족한 지역으로, 얼마 전에는 마을상수도가 말라 소방장비를 투입해 물을 채우기도 했다.

이에따라 농민들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감자, 양파, 마늘 등 여름 안팍으로 수확해야 하는 구근작물의 경우 영양분이 부족해 씨알이 작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고추, 옥수수 및 일부 과수작목은 시들해져 가고 있다. 대부분 농가에서 모내기를 적기에 마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귀래1리 주민 박풍자(75) 씨는 "봄에 심은 감자, 옥수수, 고추 대부분이 가뭄으로 시들어 올해 농사를 모두 망칠 지경이다"며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흥업면 매지리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윤영광(71) 씨는 "블루베리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목이라서 걱정이 크다"며 "예년보다 열매 씨알이 작고 볼품이 없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타는 농심에도 불구하고 당장 비소식은 없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번주와 다음주에도 비가 올 확률은 적고, 비가 오더라도 소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넷째주와 다섯째주에 접어들면 평년 강수량을 상회하는 수준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