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서도 어탕국수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점이 생겼다. 문막읍 건등리에 있는 '먹지매운탕'이다. 이 집의 이름은 마을 이름인 '석지'에서 비롯됐다.

섬강을 둘러싸고 있는 이곳은 오래 전부터 나룻배를 이용해 흥원창을 지나 서울로 가는 물길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유년시절 뱃사공이 나룻배를 띄우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이상선(59) 대표는 이곳이 고향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생활을 시작한 이 대표는 조경사업을 했다.

서울에 있어도 늘 고향이 그리웠다. 유년시절 동무들과 함께 섬강에서 멱을 감고 고기를 잡았던 기억이 늘 이 씨의 마음을 울렸다.

IMF 시절 이 대표는 서울생활을 접고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왔다. 음식점을 열 생각은 없었다. 아내와 함께 텃밭을 가꾸며 오순도순 여생을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출신인 아내는 집에만 있기 보다 무엇인가 하는게 나을 것 같아 고민하다 음식점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구입한 집이 음식점이었기에 간단하게 손을 보면 됐다.

이 대표는 유년시절 친구들과 먹었던 민물매운탕의 맛을 살리기 위해 밤늦도록 요리연구에 몰두했다. 섬강을 따라 늘어선 매운탕집에서 시식을 했고 멀리 장호원까지 가서 어탕국수의 비법을 전수받았다.

어탕국수는 누치, 잉어 등을 가마솥에 넣고 3일을 끓인다. 민물고기의 특유한 비린맛을 없애기 위해 북어와 파뿌리, 다시마, 마늘, 파 등을 넣고 닭고기와 닭뼈도 사용한다. 굵은 소금을 식용유에 한참 동안 볶는데 더 고소하고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함이다.

먹지매운탕에 가기 위해선 내비게이션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오지에 있다. 음식점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더니 꾸준히 단골이 늘고 있다. 점심으로 매운탕을 먹고난 뒤 민물고기를 사가기도 한다.

주말에는 서울에 있는 아들이 내려와 부부를 돕는다. 요즘 이 대표는 섬강을 둘러보는 일에 흠뻑 빠졌다. 유년시절 강가에서 뛰어놀던 추억과 나룻배의 기억, 여름철 발가벗은 채 물속에 뛰어들어 민물고기를 잡던 추억을 떠올리며 시골생활의 낭만을 즐기고 있다. 고향인 만큼 친구들과 함께 음식점에 모여 지난 이야기와 매운탕에 소주를 곁들이며 추억에 젖는다.

부부는 이윤을 목적으로 음식점을 열지 않았다. 한 그릇의 매운탕이더라도 손님이 행복을 느낄수 있다면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오랜 지기들과의 모임, 친목모임 등 유년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훈훈한 감동을 선사해 주는 곳이다. 들리는가, 첨벙첨벙 동무들이 물장구 치는 소리, 추억의 소리다.

쏘가리 매운탕은 싯가, 빠가사리(동자개 방언) 매운탕 6만~4만원, 잡고기 매운탕 5만~3만원, 메기 매운탕 5만~3만원, 어탕국수 6천원, 피라미 튀김은 1접시에 2만원이다. 연중무휴.

▷문의: 735-5678(먹지매운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