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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화 풍요롭지만 정신문화 빈곤
'의병(義兵)의 날'을 맞는 단상
2014년 05월 26일 (월) 윤병진 항일독립운동 원주기념사업회 연구원 wonjutoday@hanmail.net

   
 
올 봄은 정말 처절하고 가혹하다. 시인 엘리엇의 '사월은 잔인한 달이다'라는 말처럼 잔인하고 참담하고 견디기 힘든 4월을 지나 어느덧 5월의 끝자락에 서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 되었기에, 도저히 말도 안 되며 절대로 있을 수도 없으며 아무리 믿으려 해도 믿을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게 된 것일까?

바라만 보아도 눈부시고 고귀한 우리 미래의 희망찬 꽃봉오리들이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일순간에 사라져버린 뼈아픈 현실을 보면서, 더럽고 비열한 무능함과 탐욕스러운 기성세대가 얼마나 엄청난 비극을 만들어냈는지 어른의 한사람으로서 수치스럽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돼 있는 무원칙과 무소신의 무사안일주의, 탈법과 비리를 일삼는 물질만능의 비인간적인 결과주의와 적당주의가 한 덩어리가 돼 벌어진 지난 4월, 너무 어이없이 상황들을 보면서 "이 나라의 국격(國格)이 정말 이 정도 밖에 안 된단 말인가?"하고 나 자신 스스로에게 반문했었다.

다가오는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외세의 침략에 대항해 자원하여 의병으로 투신하고 투쟁했던 의병 선열들의 위업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국가기념일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의 명령이나 징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일어난 자위군 즉 자원 종군하는 민군(民軍)이 의병(義兵)이다. 자신의 안위보다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며 값진 죽음을 선택했던 이 분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고, 단성보국과 애족정신을 본받아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2010년 '호국보훈의 달' 첫째 날 6월 1일을 '의병의 날'로 제정·공포했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한 약 일주일 후, 홍의장군 곽재우가 의병을 일으킨 4월 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6월 1일을 정부는 '의병의 날'로 정하고, 2011년부터 제1회 경남 의령, 제2회 경북 청송, 제3회 충북 제천의 의병활동 성지를 돌며 기념행사를 개최해 왔다.

올해 제4회 '의병의 날' 기념행사는 구한말 유학자이자 의병장인 의암 유인석 선생의 의병 유적지인 강원도 춘천에서 안전행정부 주최의 국가 기념행사로 열린다.

우리는 지금 많은 위기와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역사적으로나 개인사적으로 깊이 생각해보면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소중한 국가가 없었던 암울한 시기도 있었다.

이런 암울한 시기에 분연히 나타난 의병의 역사는 이미 삼국시대부터 비롯되었으며, 고려·조선 시대를 거쳐 조선 말기에까지 이르렀고 특히 조선 말기 의병은 항일 독립군의 모태가 되었다.

국가를 빼앗기고 일본제국주의의 압제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절망과 아사 직전의 삶 속에서도 원주인임을 결코 잊지 않으며 굳세게 투쟁했던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선열들이 계시다.

조선 말기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침략에 자신들이 죽음을 맞을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맨주먹으로 맞서며 1895년 을미의병(乙未義兵), 1905년 을사의병(乙巳義兵), 1907년 정미의병(丁未義兵) 전쟁을 세 차례나 전개하며 처절한 투쟁으로 대항해 온 곳이 바로 원주이다.

지방의 한 작은 고을에서 이렇게 세 차례나 치열한 의병전쟁을 전개하며 외침에 투쟁했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에서 찾을 수 없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것이기에 원주에 사는 우리는 더욱 긍지를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늘 수많은 위기에 부딪히며 살아가지만 부지불식간이라도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물질문화의 풍요에 파묻혀 허덕이고 정신문화의 빈곤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법과 원칙의 무시, 비인간적인 각종 사건, 그리고 사회적으로 정도를 무시한 적당주의가 판치는 일상의 연속과 한심한 관계 당국의 대처는 4월의 참사와 한 덩어리의 몸통으로 결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위대했던 과거 우리 원주 선열들의 교훈을 생각하며 이 같은 상황에서 나도 같은 선택과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반문한다. 자신과 가족의 안위보다 우선하여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고, 자신의 이익과 이해를 우선하기 보다는 대의명분을 더 중시했던 우리 선열들의 가치관과 정신문화가 새삼스럽게 오늘날 더 절실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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