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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오지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
2014년 05월 26일 (월) 신란숙 바나나미술학원 원장 wonjutoday@hanmail.net
   
 

문막에서 미술을 접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서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화랑과 전시 행사들이 시도 때도 없이 열리고 있다.

문화와 그림에 서울시민들이 쉽게 노출돼 있다는 것이 부럽기만 하다. 문막을 서울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인가? 하다못해 1년에 한 번이라도 그림을 접할 기회를 만들 길은 없을까를 생각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음 속에 질문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림이 필요한 사람은 어린이뿐인가?" "그림은 입시의 수단일 뿐인가?" "그림은 미술가의 전유물인가?" "보는 사람 따로 있고, 그리는 사람 따로 있는가?" 문막이 문화의 오지라고 할 때 그 책임이 단지 예술가나 원주시 담당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미술학원을 시작한지 어언 15년이다. 아이들에게 미술을 지도하면서 학부모는 자녀들이 미술을 잘 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분명 문막지역의 학부모가 미술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만 배워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입시생들의 수단만도 아니다. 필자는 문막에서 15년 만에 결심을 하고, 3년 전 학부모에게 권유하고 학부모반을 시작했다.

누구나 예상하듯 엄마 반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지금은 월요일 저녁반과 화요일 오전반 두 개 반에서 여러명이 그림을 즐기고 있다.

"초등학교 때 미술시간에 그린 것 말고는 없는데 가능하겠어요?" 하던 엄마는 "그림은 잘 그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거네요!"라며 즐거워한다. "초등학교를 떠올리면 뭐가 생각나요?" 이야기해보자고 하자 "딱풀이 엄마 립스틱인줄 알고 예쁘게 발랐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입술이 굳어지며 갈라져 피가 나오자 불치병 걸린 줄 알고 전전긍긍했어요."라며 박장대소 한다. 고무줄놀이 할 때 고무줄 끊고 도망가는 남자아이를 잡으러 가다가 바지까지 당겨 엉덩이 보이게 했던 이야기까지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그 날 나는 딱 한마디를 했다. "이제 그 느낌을 그려보세요." 그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나자 "선생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힐링이네요"라며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그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있고 그것을 추억하고, 때로는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그것을 글로 쓰고 우리는 그것을 그리는 것이다.

얼마 전 새마을금고를 찾아갔다가 새마을금고 지점장님이 필자가 미술학원을 한다는 말을 들으시더니 "원장님 그림을 저희 매장에 전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부탁을 했다. 그래서 일주일 그림을 전시하고 그 다음 주에 다른 그림은 있으면 또 보여 달라는 요청에 기쁨으로 다른 그림을 내걸었다.

그러다가 아예 우리 사무실 앞에 그림을 전시하자는 말씀에 흔쾌히 아이들 그림과 엄마들 그림 40여점 전시하게 되었다. 졸지에 동네 작은 문화의 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등이 굽으신 할아버지는 '아버지'라는 작품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시고, 아이 손을 잡고 지나가던 엄마와 딸은 가던 길을 되돌아와 그림 하나하나를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해가며 감상하는 모습은 여느 화랑에서 그림 전시하는 것 못지않은 진지함이었다.

새마을금고 지점장님과 저의 마음의 여백이 문막에 작은 문화의 장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의 오지인 문막에 그림의 장을 열어야 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내 생각 속에, 내 추억 속에 있던 것을 끄집어내 우리들의 여백에 그려 넣으면 우리는 어느 덧 아름다운 '문화의 장' 속에서 서로를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한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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