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홍모 양은 전공수업이 끝나자 교직원처럼 보이는 남자가 강의실로 들어와 교육 CD 체험판을 사용해보라고 나눠준 것을 받았다.

남자는 체험판을 사용한다는 확인서에 이름과 핸드폰번호 등 간단한 정보를 써달라고 부탁했고, 홍 양은 아무 의심없이 써서 건네줬다. 하지만 며칠 뒤 납부가 지연됐다며 34만7천원을 계좌로 납부해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공식적인 피해 학생 수가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학생이 이같은 문자를 받았으며, 학생들 중 돈을 입금한 사례도 있었다. 만 19세 미만 대학생은 미성년자 보호법에 의해 사용여부와 기한에 관계없이 손해볼 일이 없지만, 만 19세 이상 대학생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대학 측에서도 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대학은 누구에게나 개방돼있기 때문에 방문객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피해학생에게 법적 도움을 주고, 피해 예방 홍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피해학생이 관련 물품이나 계약서 등을 가져오면 대학 내 법률전문가 자문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도울 예정"이라며 "총학생회나 홈페이지 공지사항 등으로 학생들에게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주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 관계자는 "학생이 써준 확인서 내용은 계약서였을 것"이라며 "이 같은 사건은 해당 학교 외에도 전국적으로 학기 초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흔하게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수업이 끝난 직후 강의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수업에 필요한 교재라고 생각하며 많은 신입생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실정이다.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제품 훼손이 없다면 14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CD 고유번호가 노출됐다는 등의 이유로 계약 해지가 안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일 미사용이라는 이유로 대금 납부 독촉을 방치하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채권추심에 들어간다. 대금에 대한 이자가 늘고, 성인이 되자마자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도 있다.

또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자 해도 당시 계약서를 확인서로 작성하고, 교육CD를 체험판으로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집행 자체도 어렵다. 재판에 필요한 소액의 경비 또한 부담해야 한다.

소시모 관계자는 "교육 CD를 사용하기 위해선 홈페이지에 가입해 고유번호를 사용해야 하는데, 사용한 적이 없는 학생들은 홈페이지 미 가입과 계약서 작성 당시 상황을 서면으로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해지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어느정도 위약금은 부담해야 한다. 소시모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사용의향이 없던 학생이 받은 CD를 버려서 전체 금액의 1/3정도를 위약금으로 물기도 했다"며 "내용증명과 더불어 소비자보호단체 등의 도움으로 위약금 조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피해도움: 748-3277(원주소비자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