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장농공단지에 자리잡은 (주)그랜드(대표: 염성도)는 전자제어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총 직원이 17명, 연매출 40억원인 평범한 중소기업이지만, 직원 명찰 뒤에 스마일카드를 만들고 소통하우스를 이용하고, 비타민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사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우수 인증기업을 받은 그랜드를 찾아가 사장실 명패가 발치에 있는 사무실에서 염성도(54) 대표를 만났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염 대표는 인재관리와 관련된 부서에서 일하다가 지난 2001년 그랜드를 설립했다. "삶의 단면을 보면 수익창출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같이 살아갈 사람들과의 파트너쉽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 염 대표는 소통경영을 강조한다.

염 대표는 상하를 구분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직원이란 말 대신 파트너라는 말을 사용한다. 또한 보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보고는 부하가 상사에게 하는 것이고 파트너라면 소통한다는 표현이 맞다는 게 염 대표의 철학이다.

직원들이 목에 걸고있는 명찰 뒤엔 'Smile Again'이라고 쓰인 종이카드가 꽂혀있다. 이 카드는 스마일 카드라고 불리며, 소통 중 충돌이 있을 때 누구든 카드를 돌려 보이면 소통을 중단하고 15분 뒤 재개하도록 하고 있다. 선배의 충고나 조언이 잔소리가 될 때, 듣는 이가 명찰을 뒤집으면 소통이 중단된다. "언성을 높이는 충고나 조언이 순수한 충고가 아니고 화풀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염 대표가 가장 자랑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신림면에 마련한 소통하우스. 염 대표의 개인 별장이었지만, 지금은 회사 전 직원이 사용하는 소통 공간이다. 소통하우스는 화장실을 비롯한 샤워실, 침구 등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 놓았고, 밑반찬도 가져다 놨다.

이 곳의 용도는 사이가 서먹한 파트너들끼리 술과 고기를 사서 하룻밤 지내도록 하는 것이다. 같은 얘기라도 소통하우스에서 들어주면 효과가 달랐다. 부서 파트너들끼리 찾아가서 자신들의 목표와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염 대표는 "기업이 개인의 꿈을 꺾어버리면 수명이 짧을 수 밖에 없다"면서 "소통하우스가 바로 그랜드의 힘이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트너 자녀들의 학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적금을 부은 것이 벌써 1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매달 120만원 씩 부은 적금이 내년이면 7년 만기가 된다. 자녀 1명당 2회에 걸쳐 매년 '비타민'이라는 이름으로 40만원씩 지급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비타민은 반드시 자녀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염 대표는 "자녀들이 원하지만 선뜻 사주기 어려웠던 것을 비타민을 보태 구입하게 한다"고 말했다. 비타민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비타민제는 안먹어도 되지만, 먹는다면 좀 더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염 대표도 처음부터 소통경영을 한 것은 아니다. 회사를 잘 키워 같이 잘 살아보자고 시작했지만 5년이 넘어도 변화가 없어 경영방침을 바꾼 것이 계기가 됐다. "잘되면 나눠주겠다는 마음가짐보다, 내가 먼저 파트너들에게 잘해주고 지원해줄테니, 파트너들은 내 눈치보다 고객들의 눈치를 봐주길 바랬다"는 염 대표는 "파트너들이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시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염 대표는 앞으로 파트너들의 주택마련을 위한 지원과 파트너 배우자들의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염 대표는 "집과 자녀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회사의 책임"이라며 "직원들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구시대적 경영주들에게 파트너쉽 소통경영 방식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