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금 여객선 침몰로 30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참사로 온 국민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또한 재난 구조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문제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안전 불감증이 가져다 준 엄청난 결과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우리 모두는 이번 사고가 안겨준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보며 국민들이 가장 분노한 것은 배가 침몰하기 시작한 이후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보여준 행동이다. 그들이 위기상황에서 올바로 대처했다면 300여명이나 되는 엄청난 사람들이 희생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있음에도 평상시 이에 대한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모 방송 인터뷰에 등장한 외국의 전문가는 외국은 평상시 꾸준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실제 상황과 같은 재난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실제상황이 발생하면 거의 본능적으로 매뉴얼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재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이에 대비한 준비가 충실했다면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우리 사회 모든 집단이 재난과 안전에 대한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실제와 같은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매뉴얼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반복되는 훈련이다.

원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지리적인 여건상 재난 피해가 많지 않은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처럼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요소들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면 대규모 인원이 생활하는 아파트나 건물에서 발생하는 대형화재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지금 그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대형참사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상황에 따른 매뉴얼도 갖춰져 있지 않고 있더라도 대부분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나 건물에 소화기는 비치돼 있지만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어쩌면 대부분은 구입한 지 오래돼 사용이 불가능한 지도 모른다. 철저하게 점검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아파트 아랫층에서 화재가 났을 때 어떻게 대피 하는지,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가 유입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원주시는 WHO 안전도시이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급상황들을 하나하나 점검해 매뉴얼을 만들고, 이에 대비한 훈련을 철저하게 실시하는 도시를 만들자. 조례제정 등을 통해 다중이 이용하는 대형건물이나 아파트는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시 대피하는 훈련을 의무화 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말로만 안전도시가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과 습관 속에 안전한 생활이 몸에 배어 있는 진정한 안전도시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