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중들의 행동양식이 변화하고 있다. "나도 강남의 그들처럼" 이라는 분홍빛 꿈을 접어서일까? 체감적이고 실용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눈에 띈다. 시민사회는 가족과 건강 중시의 생활양식으로 빠르게 진화하며 욕망의 행로를 예술과 문화적인 삶의 추구를 통하여 조망하고자 한다.

소소한 행복 찾기와 섣부른 기대 내려놓기, 그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지혜로운 삶으로 공감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식구들의 생활풍경을 회상해 본다. 어머니를 보좌하는 누나, 감자 깎는 아이와 청소하는 꼬마누이, 어린 막내돌보는 심부름꾼, 소 돼지 거두는 오빠에다 아궁이불 장난까지 모두 역할지기로 일상을 채워갔다. 시시하고 고루하여 은폐하고 싶었던 그 체험의 편린들이 어른으로 성장한 나와 벗들의 뼈대가 되고 근육이 되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모든 직종은 분화되어 시민대중이 잃은 것은 온전한 생활이요 얻은 것은 결국 절름발이의 열패감이 아닌가? 생활은 부서지고 파편화되어 '찰리 채플린' 무성영화의 단순 노동자처럼 사람들은 기계적인 부속품의 운명을 닮아갔다. 디지털 시대에도 예외는 아니다. 전문 영역을 동경하며 숭배할 때, 생활 영역이라는 삶의 속살은 낡은 속옷처럼 촌스럽게 자조적으로 각인되었다.

모름지기 성장 동력의 허구성에 낭패한 사회현실에서 시민들의 문화적인 욕구가 폭증한다. 다양성과 개별적인 욕구가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이 시대, 생활에 뿌리박은 예술을 생각해 본다. 생활 예술의 시작은 시시하고 서툰 것, 촌스러움의 주체적인 가치와 창조성을 깨닫는 일이다.

생명활동이 실험을 거듭하며 좌충우돌하는 체험현장이 곧 '생활'이다. 생활은 동사적이며 시행착오가 거듭되는 현실로서 실험적이며 전위적이다. 그래서 똑똑한 생활 예술가는 전위 예술가이다.

생활예술이 전문성의 예술을 추종하는 것은 마치 정장차림으로 활동하는 일상처럼 비현실적이고 창의적이지 않다. 생활성의 재발견은 개인의 자존감 찾기 혹은 독립적인 인격체로 바로서기 같은 '대오각성(大悟覺醒)' 하는 사건이다. 서툴지만 열정이 있고 촌스럽지만 진솔한 '아우라'는 충분히 감동적인 리얼리티이다. 아기의 서툰 걸음마와 어눌한 말투의 감동을 기억하면 '시시하고·서툴고·촌스러움'의 미학적 진가를 포착할 수 있다.

이미 객관화 된 차원의 세련미는 독립적이지 않다. 늘 그래왔듯이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성향은 생뚱맞고 저급하다며 외면당한다. 도시 중심적이고 중앙 집권적인 관점에서 생태적인 지역성을 촌스럽다고 폄하하지만 지역성이야말로 글로벌 시대를 생존하는 핵심적 보전 가치임이 분명하다.

소소한 것에 가치와 기품을 부여하고 자유롭고 관대한 상상력으로 즐기며 참여하는 생활예술의 원주시대를 기대해본다. 생활과 지역성의 예술의 뿌리는 삶의 예술이다.

삶의 예술은 노동과 여가, 생활과 전문적 영역이 한덩어리로 회통 순환하는 예술을 의미한다. 생활이라는 용광로를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 지지고 볶고 꿈꾸며 굴러가는 생활 속에 인생의 참 뜻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