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도내 자치단체 청소년 예산 비교
② 위기의 청소년, 상담복지 현실
③ 옥상에서 춤추는 아이들
④ 청소년 정책의 문제점과 과제(좌담회)

원주시 인구 32만명 중 약 7만명이 청소년이다. 또한 도내 전체 청소년의 23%가 원주에 살고 있다.

원주에 살고있는 청소년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본지에서는 청소년 예산비교(2월 17일자 보도)를 시작으로 청소년 상담복지 현실(3월 3일자 보도), 청소년 활동공간(3월 24일자 보도) 등 청소년 행복 시리즈를 3회에 걸쳐 보도했다.

기획보도 마지막으로 일선에서 청소년과 관련된 일을 하는 현장 실무자들과 함께 현재 청소년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9일 '청소년 정책의 문제점과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일시: 4월 9일 오후2시
▷장소: 원주투데이신문사 회의실
▷토론자
이현주 원주청소년수련관 관장
유영옥 루치아쉼터 원장
최영애 원주시상담복지센터 소장
류한별 (전)청소년축제 추진위원장
강영희 원주시 여성가족과 청소년담당
▷사회
이상용 원주투데이 편집국 부국장

사회: 청소년들은 청소년 시설을 이용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고 말한다. 청소년 시설 이용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이현주: 방과 후 생활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은 학원과 같은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청소년수련관 방과후아카데미를 보면 학원에 다녀보지 못한 청소년들이 많다. 이는 청소년과 관련된 사회적 지지기반의 시스템이 재 논의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유영옥: 쉼터 청소년들에게 문화의집 이용을 꺼리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청소년들은 명칭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이 작명한 문화의집은 도무지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활동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방문이 꺼려진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주로 단구동 롯데시네마 인근과 중앙시장 일대, 단계동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자주 가고 있으며 이곳에선 비용이 발생하지만 놀기 좋은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은 한 번 방문을 하더라도 분위기가 좋고, 넓고, 주변 눈치 볼 필요가 없는 곳을 선호한다. 또한 먹거리 역시 이름부터 청소년들의 기호에 맞기 때문에 더더욱 수련관이나 문화의집보다 카페 등을 찾게 된다.

청소년들은 지금의 수련관과 문화의집이 더욱 넓은 공간과 선호하는 분위기를 띄고 있다면 돈 안들이고 방문할 수 있는 좋은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10대들을 위한 클럽같은 곳을 만들면 청소년들이 환영할 것 같다. 단 술이나 담배 등을 제한하고 단지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면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뿐만아니라 음악을 하는 청소년들이 연주를 하는 등 다양한 복합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류한별: 학교 밖 청소년들 중에는 음악활동과 같은 예체능을 하는 청소년이 많다. 하지만 이런 청소년들은 모이기 어렵다.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예체능 학원에서 밴드를 구성해 활동하도록 지원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녹아들 여지가 없다. 이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청소년 시설들은 청소년들에게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나의 경우 악기를 들고 터미널에서 수련관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보다 가까운 곳에 청소년 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곳에 선호할 만한 청소년 시설이 있다면 청소년들의 만남의 장소로 카페와 같은 곳을 가기보다 그곳을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

사회: 청소년들의 진로진학을 위한 여러 사업이 진행되지만 청소년들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영애: 학업중단 청소년을 대상으로 직업발굴을 위해 취업성공 패키지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교육을 받고 다음에 현장 인턴교육, 마지막에 취업하게 된다. 하지만 청년 실업이 문제되는 와중에 청소년 취업이 쉬울리 없다. 훈련만 받고 실전이 없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의지를 잃어가는 실정이다. 사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전국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적다.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공간만 마련된다면 분명 희망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이현주: 수련관의 경우 토요일엔 바리스타 동아리 청소년들을 위해 수련관 1층을 토요카페로 꾸며 운영할 예정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직업훈련과 연계한다면 평일에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무조건적인 학습 강요보다 지역사회가 이들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구청과 협약을 맺고 구에서 일정정도 공간과 인력을 배치해 진로지원센터와 진로체험센터 등을 마련해 놓고 상담 및 직업훈련, 직업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가 구성하고 사업비는 교육청 매칭예산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원주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유영옥: 요즘에는 남녀불문하고 피부에 관심이 많아 메이크업과 바리스타 등의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다. 원주시에서 예산 지원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청소년 관련 부서에서 집행되는 청소년 예산을 인구 수로 비교했을 때 원주는 도내 타 시·군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청소년 예산에 대한 의견은?
　
강영희: 원주시 연간 총 예산이 8천억원이다. 도내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양구군은 원주시 인구의 1/10 수준이지만, 예산은 2천400억원이다. 단순하게 청소년 뿐 아니라 원주의 대부분 연령층이 손해보는 셈이다. 하지만 도내에서 타 지자체에 비해 원주는 억울한 입장이지만, 강원도 전체로 봤을 때는 인구대비 예산으로 나누지 않는 편이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최영애: 타 지역의 경우 청소년 인구가 적어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다. 하지만 원주는 인구대비로 보면 손해를 보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구가 많은 경기도랑 비교했을 때 원주가 월등히 나은 것도 아니고 되려 수준이 떨어진다. 같은 사업을 추진하며 매칭으로 같은 예산이 책정되지만, 지자체에서 추가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주는 경우가 많다. 원주도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류한별: 원주시 청소년 예산을 공부할 때 예산 항목 대부분이 어떤 예산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가 청소년 활동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의 경우는 원주 청소년 1인당 투입 예산보다 훨씬 많은 이득을 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이 예산을 공부했던 친구들 중 수련관 활동이 적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원주의 청소년 예산이 수련관 등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련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땐 예산 부족으로 허덕이기도 했다. 수련관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하면 예산이 부족했고, 원주시 청소년 예산 전체를 보면 수련관에만 집중돼 있어, 결국 청소년 예산이 더욱 증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영옥: 청소년 보호 및 육성 예산과 타 부서에서 청소년 관련 예산을 합하면 25억원 가량 된다. 여기에 교육경비를 합쳐도 125억원 수준인데, 8천억원 중 125억원은 너무 적다고 생각된다. 청소년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이현주: 당장 예산 증액이 어렵다면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청소년 관련 단위 기관에서 참여해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고교연합체육대회는 학교 간 과열경쟁 방지를 위해 청소년축제로 전환되면서 없어졌다가 지난해 부활하며 2억5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는 전체 청소년 예산의 1/10 수준이다. 하루 이틀에 10%의 청소년 예산을 쓴다는 것인데, 이를 현장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했으면 예산을 절약하거나 더 좋은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회: 원주에는 위기청소년들을 위한 쉼터가 제한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영애: 상담복지센터에서는 CYS-NET 사업을 하고 있다. 가출청소년 보호가 주 업무인데, 원주에는 일시보호소가 없어 춘천으로 보내야 한다. 보호소에서 지내며 상담을 통해 가정으로 돌려보내거나 단기쉼터, 장기쉼터로 보낸다. 하지만 춘천으로 가는 교통편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지난해 일시보호 쉼터 공모를 원주에서는 포기했고 춘천에서 선정됐다.

청소년 인구가 원주가 제일 많고, 위치적으로도 도내 중심으로 볼 수 있는데 춘천에 위기청소년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 춘천에는 남·녀, 단·중·장기쉼터, 일시보호소 등이 있지만 원주에는 여자중장기쉼터 뿐이다. 원주는 인구나 위치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하기 때문에 쉼터 조성의 적지이다.
　
이현주: 긴급 보호를 받아야 할 청소년들에게는 쉼터가 절실하다. 루치아 쉼터는 여자중장기쉼터지만, 쉼터라는 이유로 단기쉼터로 쓸 수 있도록 유영옥 원장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 쉼터의 절실함은 오랫동안 요청해온 상황이다.
　
유영옥: 현재 운영하고 있는 루치아쉼터는 중장기 쉼터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나서서 아웃리치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현재 원주에 가출 청소년 뿐 아니라 혼숙하는 청소년이 많다. 위기 청소년들이 이런 비행에 재미를 느끼면 쉼터에서 보호받기를 꺼린다. 청소년들이 월세를 살며 혼숙을 해도 어른들이 월세만 밀리지 않으면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성매매에 노출될 위험도 커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한 쉼터나 보호소가 필요하다.

사회: 마지막으로 원주의 청소년들을 위한 제언이 있다면?
　
이현주: 청소년 시설을 유스존(Youth-zone)으로 구성했으면 한다. 유스존에 직업훈련을 받은 청소년들을 위한 카페나 베이커리 등 창업교육공간과 문화공간, 상담센터 등을 집중시키면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라는 이야기는 사라질 것이다. 부모들도 청소년들의 유스존 이용에 신뢰를 가질 수 있다. 또 청소년 관련 단위 기관들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각자의 현장에서만 열심히 활동했기 때문에, 지역사회 내 청소년들의 요구를 묶어 공론화 하고, 이를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 이런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류한별: 학교 밖 청소년으로 활동하며 소속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청소년증을 발급받기 위해 양식을 작성하는데 학교를 다니지 않아 소속이 없었다. '홈스쿨링'으로 쓰라고 했지만 나는 홈스쿨을 하지 않는다. 학교 밖 청소년 중엔 소속이 없는 청소년들도 많은데 이에 대한 소속을 의무감처럼 써야하는 것은 불편하다. 개선이 필요하다.
　
유영옥: 중앙청소년문화의집이 있는 시민복지센터 1층은 그동안 청소년들의 활동 공간이자, 만남의 장소 등 청소년들이 알아서 활용했다. 하지만 최근 원주시가 문화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폭 줄였다. 청소년 예산 증가는 어렵지만 기존 청소년 시설을 변경할 때는 청소년들의 입장을 반영했으면 한다.
　
최영애: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청소년 관련 공약에 귀기울여왔고, 청소년 공약에 따라 표를 던지기도 했지만 박수를 칠 만큼 공약이 지켜지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부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는 분들은 청소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