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대통령선거 때 여야가 함께 공약한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가 시끄럽다.

다수여당 새누리당은 약속과 달리 공천하기로 했고 신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법 개정은 안됐지만 공약대로 공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공약이야 어찌됐건 유권자는 좋던 싫던 늘 입후보자 가운데 누군가를 선택 할 수밖에 없는 봉(鳳: 어수룩하여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의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지난 8년간 공천제 시행결과 나타난 큰 문제점은 기초 자치단체에서는 사실상 정당의 의미가 거의 없고 기초선거가 중앙정치권에 휘말려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제대로 된 일군을 뽑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 정당을 배경으로 당선된 기초의원들이 유권자의 권익이나 눈치를 보기보다는 차기 선거를 대비해 당과 공천권자의 비위나 맞추려 하고 심지어 의원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철면피한 행동도 서슴없이 자행한다는 것이다. 물론 무공천제가 100%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 볼 때 그래도 무공천제가 낫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해 현 6대 원주시의회에서 자행된 도시지역내 녹지지역 개발경사도 완화를 위한 조례개정 시도는 철면피의 극치로 무공천 제도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한 사례에 해당된다. 알려진 대로 경사도를 현행 17도에서 22도로 완화하면 땅 부자 시의원 5∼6명의 소유 토지가 개발이 가능해져 큰 혜택을 받게 되는데 시의회는 공청회도 열지 않고 어물쩍 조례를 개정하려했다. 환경단체들의 반대와 원창묵 시장의 거부권행사로 좌절되기는 했지만 상당수 시의원들이 재심의 표결까지 꼼수를 부리며 개정을 시도했던 사안이다.

오는 6·4선거에 현역 원주시의원 대부분이 다시 출마할 것이라고 하는데 선거를 통해 꼼수의원들을 걸러내 또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본을 보여야 할 것이다.

시의회는 비밀투표로 조례개정안을 처리해 누가 찬성했는지 표면상 모르지만 넓지 않은 원주지역 특성상 입소문과 알음알음으로 이들을 가려내 낙선시켜야 한다(참조 : 필자의 원주투데이 특별기고 "光 팔고 꼼수 부리는 시의원들" 2013.3.25., "끝까지 꼼수부린 원주시의회" 2013.11.11.).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의회의장의 역할이다. 전반적인 의회운영 책임은 의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럼 꼼수의원들은 무엇을 믿고 또 출마하려 하는가? 앞서 언급한대로 능력과 자질은 없어도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계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이권을 위해 못할 짓이 없고 공천권자에게만 잘 보이면 되는 것이다.

그럼 공천권자는 누구인가. 야권은 아직 미지수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원주시 기초의원의 경우 "선거구 별로 경선후보자들의 의견을 들어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공천권자는 지역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2명의 현역 국회의원이다.

정당이 공천을 제대로 했다면 철면피한 꼼수의원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공천했으면 그 책임도 져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현 원주시의회는 새누리당과 야당 동수로 각각 11명씩 모두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9월 11일 조례개정안 재심의 때 결과는 찬성 12, 반대 8, 기권 1, 불참 1명이었다. 끝까지 반대의사를 견지한 8명 이외 나머지 의원들은 일단 해당 정당에서 공천여부를 재고해야 한다. 찬성자가 누군지 모른다고 할지 모르지만 일반시민 보다는 잘 알 것이다.

앞으로는 여야 할 것 없이 정당은 꼼수의원이나 자격미달 후보자를 걸러내는 책임공천을 해야 한다. 조례안 투표결과로 볼 때 절반이상을 물갈이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의 수준을 높이고 신선한 물갈이를 위해 정당 스스로 도덕성과 능력이 검증된 외부 인사를 발굴 영입해 공천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유권자들은 이번 정당공천 행태를 주의 깊게 살펴 2년 후 국회의원선거에 참고해야 한다. 계속 봉이 안 되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