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 없는 문화의 거리가 소란스럽다.

거리를 나가보면 알겠지만 구 중앙동파출소 자리는 지금 야외상설무대를 만드느라 한창 공사 중이다. 맞은편 창작스튜디오도 마찬가지로 며칠 전 부터 공사가 진행 중이다. 1층 전시공간과 로비공간을 재구성해 길거리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친다고 한다.

중앙시장 2층 공간에는 예술인들이 모여 허름하고 약간 어둡게 느껴지던 이 공간들을 작년부터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넣어 꾸미고 있다. 재래시장 2층에도 문화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낮에 시장에 나온 분들이 쉬어간다고 한다. 새로 지어지고 있는 원주신협에도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생길 거라는 얘기도 들린다.

구 중앙동파출소에서 남부시장 쪽으로 가면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입주해 있는 밝음신협 2층에서는 이미 무위당학교, 민우회교실, 원주향토사학교가 열리고 있고, 맞은편엔 문화공간 '해구타임'이 청소년과 젊은 친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조금 더 가면 전통한지를 판매하는 '원주한지' 매장과 문화단체 '원주민예총'도 골목에 자리를 잡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톨릭센터 골목에는 예전에 인동갤러리가 갤러리 '나다'로 새로 꾸며져 매월 문화행사를 열고 있고 극단 '웃끼'가 운영하는 소극장도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다.

아쉽게도 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동소극장은 없어졌지만. 그 외 강원감영에서는 감영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근대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 제일은행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약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예전에 차 없는 거리에서 커피숍을 하셨다는 분을 만났었다. 나름 제법 목이 되는 자리였다고 한다.

가게자리를 몇 군데를 알아보다 그래도 차 없는 거리라고 하니 다른 곳보다 낫겠다 싶어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가게를 열고나서는 낙담했다고 한다. 저녁 8시가 넘어서면 손님이 없어 어떤 때에는 혼자 있기가 겁나 몇 개월 못 가 문을 닫고 말았다고 한다. 차없는 거리의 상인들에게 물어보면 일반적으로 밤 시간에는 손님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차 없는 문화의 거리를 활성화 하려는 원주시와 문화재단, 생활체육회 등 지역 사회단체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같다. 지난 19일에는 제4회 전통시장 걷기대회도 열렸고 원주문화재단에서는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문화공연을 벌인다고 한다. 강원감영에서도 토요장터를 벌인다고 한다. 전통등축제 뿐만 아니라 소위 빛의 세계로 이끈다는 '루미나리아'도 만든다고 하니 볼꺼리도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나니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기대감도 느껴진다. 문화가 가진 힘을 믿는다면 한번쯤 두고 볼 일이다. 문화예술이야 말로 사람을 신명나게 하고 그 신명이 서로간의 울림을 만들어 우리 동네를 신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원주시와 기타 기관들의 노력이 자체 시스템 위주로 흐르지 말고 지역 문화예술가나 젊은이들의 자발적인 힘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