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치악종합법률사무소 소속 권성중(46) 변호사는 시골 변호사를 자처한다. 하지만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권 변호사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hot)한 시골 변호사가 됐다.

지난 20일 통신사 SKT 가입자들은 오후5시30분부터 6시간 가량 통신 장애를 겪어야 했다. 이에 SKT는 약관에 따른 손해배상을 상회하는 금액을 배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가입자 개개인에게 배상되는 금액이 터무니 없었다.

권 변호사는 기본료 1천800여원에 직접피해 보상금 4천100여원을 더해 5천983원의 통신료 감면을 통보받았다. 권 변호사는 "피해가 발생한 다음날인 21일 소장을 제출했다"며 "변호사는 전화를 통해 수시로 상담과 사건 수임 문의가 이뤄지는 데, 통신장애 때문에 이런 가능성을 차단당한 위자료로 10만원을 손해배상하도록 청구했다"고 말했다.

사실 권 변호사의 소송은 자본과 권력으로 시민들을 억압하는 대기업을 향한 일침이다. 이로써 SKT 통신장애 보상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한 인물이 됐다. 권 변호사는 "지금 SKT의 통신장애 대응은 길을 가던 사람을 때리고 나서 10만원이면 되냐며 돈을 던져주는 행위와 같다"며 "국민들이 불편하고 화가 나는 상황을 재벌 기업은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자 돈벌이 수단으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권 변호사는 "SKT의 반응을 봤을 때 집단 소송과 같은 방법도 필요하긴 하지만 법인 소속이기 때문에 집단 소송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개인적으로도 집단 소송을 하려고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대신, 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 개인 담벼락에 소장 양식을 공유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핫한 권 변호사는 'KK방송' 사장을 겸하고 있다. KK방송은 권 변호사와 부인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1인 방송국이다. 권 변호사는 "현대 사회의 시민들은 대중매체에 매몰돼 있다"며 "자신만의 문화가 없고 보는 문화에 익숙해져 피동적이고 수동적인 문화에 젖어있다"며 "이를 벗어나고자 KK방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노래를 할 땐 '가수K'고, 집사람이 노래를 할 땐 '김쉬'라고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KK방송활동을 하기 때문에 권 변호사 취지를 알아주는 사람들도 가끔 같이 악기를 연주하는 등 방송을 지원해주고 있다. 색소폰이나 기타 연주 등 다양한 악기가 등장한다. 권 변호사도 기타를 연주하고 있으며, '김쉬'는 예전에 연주했던 가야금과 피아노를 연주하며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또 "가끔은 노래에 국한되지 않고 개그같은 꽁트를 하기도 한다"며 "시청자들을 위해 NG모음을 편집해 올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연주와 노래, 촬영 등 모두 가수K와 김쉬가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방송 뿐 아니라 지인들의 요청에 무대 공연을 하기도 한다. 지난 26일 갤러리 카페 나다에서 인문학강좌가 열렸는데, 그 곳에 초청돼 기타 반주에 맞춰 '비내리는 고모령'을 부르기도 했다.

시골 변호사로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싶다는 게 권 변호사의 바람이다. "말로는 느리게 산다고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적다"는 권 변호사. 때문에 쉬는 날이면 종점걷기를 한다. 권 변호사는 "원주를 굳이 시골이라고 하는 이유는 도심에서 자연이 가깝기 때문"이라며 "시내버스를 타고 면지역 종점까지 가서 2~3시간 면 지역을 걸어 둘러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여행을 즐긴다"고 말했다.

제천에서 태어났지만 원주로 이사와 원주중학교과 원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은 서울로 진학했으며, 2003년부터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에 원주로 내려와 시골 변호사로 살고 있다. 권 변호사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SKT가 합의 카드를 꺼내든, 변호인단 대응 카드를 꺼내든 한판 붙을 생각이다"며 "대기업과 개인이 어떻게 싸우는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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