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원주지역도 선거분위기가 슬슬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어디를 가든 여러 명의 출마자들이 명함을 주고 악수를 청합니다. 아침마다 거리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깍듯하게 인사하는 후보자들도 여럿 보입니다.

평상시엔 뵙기 힘들었던 분들이 서로 인사를 건네며 이웃으로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시민들은 "오, 이분이 그분 맞나? 나랑 친하네?"하며 잠시 착각하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이번 지방선거에는 원주에서만 90여명의 후보가 출마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물론 선거가 진행되면서 후보자 수도 변하겠지만 30명 선출에 90명 출마라면 적은 숫자는 아니지요? 사실 누가 어디에 출마했는지 알 수도 없었는데 6.4지방선거 특집으로 꾸며진 원주투데이 덕분에 한번에 나를 대신해 지방자치를 실현해줄 후보자들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후보자들의 사진을 보니 저랑은 관계가 없지만 그래도 후보들은 참 긴장되고 떨리는 두 달이겠다 은근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 많은 후보자들 중에 여성후보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았습니다. 그래도 설마~하며 신문을 펴들고 세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이럴리가 잘못 봤나? 하고 몇 번을 다시 세어 봐도 여섯 명의 후보가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모두가 현역의원으로 신인후보는 단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 아닙니까? 90분의 6이라니….

민선5기 여성의원들은 의정활동을 잘했다고 상도 많이 받았고, 꼼꼼하고 정직하게 의정활동을 잘한다는 평가들을 받고 있는데 왜 다른 여성 정치 신인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섯 명도 네 명은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뭐 대통령이 여성인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정치를 잘하느냐 마느냐는 이미 논쟁거리도 안될 테니 논외로 치면 양성평등이 지나쳐 남성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재 2014년 원주의 선거판은 왜 이런 걸까요? 원주만의 특이함인가 하고 찾아보니 놀랍게도 전국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혈연·지연 ·학연"이 가장 중요한 후보선택의 기준이 되는 대한민국의 선거문화에서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여성이 출마를 결심하기는 어렵겠지요? 여성들은 결혼으로 고향을 떠나 남편의 근거지에서 살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혈연이나 학연을 기대하기 어렵고, 운이 좋아 고향에서 계속 살았다 해도 지역의 크고 작은 단체는 이미 남성들의 네트워크로 돌아가고 있으니 여성들이 자신의 정치력을 훈련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지연을 기대하기도 힘들테니까요.

그러고보니 그 많은 주민자치위원회나 기관단체, 시민단체와 노인회까지도 대표는 아직도 거의 남성들이네요. 여성들은 여성들만 모인 단체가 아니면 대표가 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거죠. 6/90의 비밀이 이제 풀리네요.

91년 0.9%에 불과했던 여성당선자 비율이 이제 겨우 20%를 넘어섰는데 다시 시계를 거꾸로 돌리다니요? 지방자치의 폐단이 정당공천을 폐지한다고 해결될까요? 게다가 모든 당이 무공천도 아닌데? 이렇게되면 그동안 힘들게 자리 잡은 지방자치제도가 훼손되고 또다시 지방토호세력만이 정치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여성후보 50% 이상 할당'(2006년)과 '비례대표 남녀 교호순번제 실시'가 계속 지켜져서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여성의원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뿐만아니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할당제도 지켜져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원 수가 늘어나길 바랍니다.

이것이 시민이 직접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지방자치가 제대로 지켜지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