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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천 김충렬 선생님 서거 6주기를 맞아
유·불·도 포용하는 정신 있어
2014년 03월 10일 (월) 이승환 한국동양철학회 회장 wonjutoday@hanmail.net
   

한국 동양철학계의 큰 별, 중천 김충렬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만으로 다섯 해가 지났습니다. 2008년 3월 4일, 청천하늘에 날벼락 같은 부음을 전해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는데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서 이제 6주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선생님을 기리기 위해 문인과 제자들은 아무 일도 이루지 못했는데 다행히 중천철학재단의 노력으로 원주시의 지원을 받아 중천 철학도서관의 건립이 확정되었다니 정말 다행스럽고 경사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철학도서관이 완공된다면 토지문학관과 더불어 원주시의 문화적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중천선생님의 학문에서 가장 큰 특징은 유·불·도라는 다양한 줄기의 사상을 한 체계 안에 융화시키는 광대한 포용성에 있었습니다. 선생께서는 불교의 화엄을 좋아하셨고, 노자·장자에 정통하셨으며, 논어와 주역에도 조예가 깊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시에도 뛰어나서 주옥과도 같은 백여 편의 시를 남기셨습니다.

원주와 인연이 있는 향토인물 가운데는 원공국사나 지광국사와 같은 불교의 명인도 있고, 원호나 한백겸과 같은 유교적 명사도 있으며, 원천석이나 이달과 같은 문학의 명인도 있습니다. 중천선생님의 학문은 유·불·도를 두루 포용하는 삼교융화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간 원주가 배출해낸 향토인물들의 장점을 두루 종합하고 조화시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중천선생님의 학문세계에서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비판정신입니다. 중천선생님께서 남명 조식의 선비사상을 새롭게 발굴하고 재조명하는데 정열을 바치신 것은 불의한 권력에 대항해 남명선생이 보여준 비판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천선생께서는 1987년 제5공화국의 전두환 대통령이 4·13 호헌조치를 발표하자, 고려대학교 교수들의 의지를 규합하여 호헌철폐 교수서명을 주도하는 등 불의한 권력에 대해 강한 비판정신을 가진 지사형 학자이셨습니다.

원주가 낳은 향토 인물 가운데 비판정신의 표본으로는 단종 때 생육신의 한사람인 원호를 들 수 있습니다.

원호는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을 일으켜 김종서 등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하자 원주로 낙향하여 은거하면서, 세조가 호조참의를 주며 불러도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였습니다.

불의한 권력에 대한 중천선생의 비판정신은 원호로부터 면면히 이어지는 원주의 비판정신을 80년대 한국의 암울한 역사 속에서 새롭게 발휘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는 기억과 역사의 누적을 통하여 성숙합니다. 훌륭한 선인을 기릴 수 있는 가시적인 징표가 없다면 선인에 대한 기억은 후인들의 뇌리에서 쉽게 망각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건립되는 철학도서관은 후인들이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항상 새롭게 떠올리고 확인할 수 있는 '영혼의 접견소'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철학도서관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주제별 도서관으로서, 원주시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화적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지성의 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도서관의 건립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지하에 계시는 고인께서도 흐뭇해하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새봄이 움터오는 3월, 선생님의 영전에 기쁜 소식을 올리게 된 것을 감격스럽게 생각하며, 부디 지하에서나마 평안하게 영면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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