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한편에 자리 잡은 백원짜리 동전, 꽤 여러 달이 지났건만 놓인 자리 그대로 뽀얀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이제는 화폐가치를 상실해 가는 백원짜리 동전 한 닢. 초등학교 시절을 원주에서 보낸 나는 당시 백원의 가치를 떠올려 본다. 그 시절 문방구에서 팔던 떡볶이 한 컵, 눈깔사탕 하나의 가격이 각각 백원이었다. 심부름 값으로 받은 백원짜리 동전으로, 쉬는 시간 친구들과 마음껏 군것질하던 추억들이 생각난다.

세월이 흐른 지금 동전 몇 개만 들고 동네마트에 가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단돈 백원의 가치는 무의미해진 것인가? 현재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기의 평균 판매단가는 1㎾h당 약 백원이다. 이는 소비전력 1㎾짜리 전자제품을 1시간 가동하는 비용이 백원임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전기 사용에 있어 백원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고, 이는 일반가정의 전기제품 사용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가정에서 전기밥솥 30분, 진공청소기 42분, 다리미 54분을 사용하면 각각 백원의 전기요금이 발생한다. 5분간 한 벌의 셔츠를 다림질한다고 가정하면, 단돈 백원으로 열 벌의 깔끔한 셔츠를 입는 셈이다. 특히, 캠핑에 쓰는 일회용 번개탄이 4백원, 손가락 크기만 한 간식용 소시지가 5백원임을 감안할 때 전기요금 백원의 가치는 월등하다. 과거에 비해 백원의 경제적 가치는 현저히 낮아졌지만, 전기요금에 있어 그 가치는 아직까지 유효하다.

이처럼 적은 비용으로 높은 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는 일반적으로 공공재 성격을 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일반재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에게 지장을 유발하는 경합성의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발전소의 한정된 전력생산량으로 인해, 누군가 전기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다른 이는 사용을 제한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전력당국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동·하계 전력수급 위기상황에서 산업계를 비롯하여 국민들에게까지 대대적인 절전동참 및 계획적인 전기사용을 호소해야 했다.

전기에너지는 백원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소중한 재화이다. 온 국민이 불편 없이 사용하려면 불요불급한 전력낭비 억제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처럼, 단돈 백원 어치 전기라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보배가 될 수도 있고 낭비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일상에서 더 가치 있는 백원의 전기로 사용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