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석희일, 강정길, 권오천 대표.

고등학교 2학년 때 작은아버지를 따라 도축장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계기가 돼 지금은 직원 70여명과 함께 어엿한 청년 사업가로 변신한 석희일 대표(35). 그는 지난해 한우 육가공 및 유통, 인력 아웃소싱 사업을 통해 4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 30여명이 원주와 횡성 사업장에서 육가공 및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아웃소싱으로 40여명의 직원이 원주, 횡성, 홍천, 울산에 육가공 기술자로 파견돼 일하고 있다.

강원LPC 내에 사업장을 임대받아 운영중인 천년기업과 횡성 M&F가 그가 운영중인 사업체이다. 현재는 석 대표와 중·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강정길 대표와 권오천 대표가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석 대표는 지역에서 꿈을 키우며 자신만의 사업을 일군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청년 사업가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석 대표의 큰아버지와 아버지는 횡성에서 오랫동안 정육점을 운영했다. 중학교 때부터 집안일을 돕다보니 석 대표에게 고기 만지는 일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가끔씩 용돈벌이로 도축장 허드렛일을 하고, 정육점 일도 도왔다. 하지만 대학은 음대를 진학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밴드부 활동을 시작해 활동하면서 튜바를 전공으로 삼은 것. 그러다 대학 2학년때 입대해 경찰악대에서 군 생활을 마치고 집에 오니 집안사정이 어려워져 있었다. 가세가 기울어 부모님은 일용직을 전전했고, 빚은 쌓여만 갔다. 등록금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등록금을 벌기위해 집안일을 도우며 익힌 기술로 도축장 일을 시작했다. 도축은 남들이 꺼려하고, 나이든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일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접한 터라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또한 한우를 발골하고 가공하는 일을 빨리 습득해 생계를 이어가는 게 급선무였다. 발골 기술을 배우기 위해 도축장 일이 끝나고 1년반 동안 기술자를 찾아다니면서 익혔다. 저녁에는 식당에서 고기를 써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밤낮으로 일하면서 돈을 모으고 기술을 익혔다.

발골이 익숙해지자 그동안 모은 돈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2005년 발골 작업만 전문으로 하는 사업장을 열었다. 일은 힘들었지만 당시 발골 작업만 하는 사업자가 없어서 열심히 노력하면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석 대표는 "축협에서 가공하는 한우를 제외하고 횡성에서 나오는 한우 물량의 70%를 발골작업을 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한우를 하루 평균 15두에서 많게는 30두까지 작업했다. 새벽까지 일하면 힘들었지만 어려운 집안사정을 생각하면 쉴 수 없었다. 다행히 훈풍에 돛단 듯 수입이 늘었다. 사업을 시작한지 3년만에 집안의 빚을 청산하고 새 집을 장만했다.

그러던 중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듯이 운 좋게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찾아왔다. 2009년 횡성 도축장이 문을 닫으면서 도축물량이 원주로 쏟아졌다. 마침 원주의 육가공 공장 의관아이푸드 한 켠을 임대받아 사업장을 옮기면서 원주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때부터 후배인 강정길 대표와 공동사업을 추진했다.

횡성한우 전용 육가공 공장으로, 당시 횡성유통사업단 물량을 월 100두 정도 꾸준히 받으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사업을 키워 2010년 횡성 M&F를 설립하고, 2013년에는 원주 천년기업 사업장을 열었다.

당시 횡성 M&F에서는 횡성 축협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의 90%를 가공했다. 그렇게 키운 사업이 현재는 직원 70여명에 연매출 40억 이상을 올리고 있는 것. 육가공 기술자를 육성해 인력 파견을 하는 업체는 전국적으로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석 대표는 "천년기업과 횡성 M&F는 앞으로 육가공과 인력 아웃소싱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육가공 인력을 많이 길러 강원도 육가공장은 우리의 인력으로 채우자는 직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석 대표는 현재 상지대 육가공 마이스터 과정 등에 강사로 출강하며 한우 가공과 발골 및 정형을 강의하고 있으며,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상지대 동물자원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또 틈틈이 아웃소싱 업체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등 사업을 키우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석 대표는 "집안사정이 어려워 선택한 길이지만 지금은 후배들과 재미있게 사업을 하고 있다"며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었고, 한 길을 꾸준히 걸어 온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