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한 여파는 참으로 컸다. 외출을 자제해서인지 포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여느 때보다 한산했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약국에서는 마스크와 구강청결제 같은 미세먼지 대비용품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지난주 배달음식 주문이 급증했던 이유도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식당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동안 미세먼지를 흡입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니 참으로 이런 세상에 사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주 내내 머릿속에 머물던 생각은 자연재해 기준이 폭풍, 폭우, 폭설, 가뭄 등 종전 기준에서 앞으로는 미세먼지도 포함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기후변화를 몸으로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미세먼지의 주범은 중국이 맞지만 국내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도 미세먼지 발생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미세먼지를 내뿜고 있는 중국과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정부를 압박했지만 국내 환경여건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원주만 하더라도 지난 10년 사이에 지정면에 기업도시, 반곡동에 혁신도시 건립을 위해 산림을 통째로 들어냈으며, 법원 앞 무실2지구와 시청이 위치해 있는 무실3지구도 시골에서 도시로 바뀌었다.

또한 향후 무실동 농경지에는 남원주역 역세권 개발로 빌딩이 들어설 것이고, 서원주역 주변도 신도시 건설이 추진되는 등 살아있는 땅은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에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설 것이다. 땅도 숨을 쉬어야 건강한 토질과 신선한 지하수를 유지할 수 있을 텐데, 콘크리트로 숨 쉴 공간을 막아버리면 죽은 땅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도시발전을 포기하자고 주장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니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 세대만 살고 말 것이라면 현재 상황이 조금 불편한 정도라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내 자식과 자식의 자식 등 후손들이 영원히 살아가야 할 앞으로의 상황을 고려하면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주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다른 도시에 비해 여건이 좋은 편이다. 행구동에 기후변화대응 교육연구센터가 작년부터 운영되고 있고, 그 옆에 건립된 기후변화 홍보관도 조만간 문을 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

전세계적인 기후변화 상황에서 원주의 노력이 티끌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모인다면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줄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