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계동에서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하는 김영규 씨가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 안에 교묘히 버린 음식물을 꺼내고 있다.

"까만 비닐봉투에 몰래 버린 음식물쓰레기와 신고한 뒤 배출해야 하는 각종 폐기물이 골목마다 넘쳐납니다. 인적이 드문 시간에 버려져 단속이 어렵습니다." 단계동에서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하는 김영규(63) 씨는 울분을 토로했다.

원주시는 쓰레기를 불법으로 배출하는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읍면동 별로 단속반을 편성했다. 단속반으로 활동 중인 김 씨는 일반주택가는 물론 식당·유흥가가 몰려있어 불법 쓰레기가 유독 많은 단계동 지역을 돌며 계도·단속하고, 쓰레기를 수거한다.

원주환경운동연합 환경감시단장으로도 활동 중인 김 씨는 올 들어 2월 말까지 13건의 무단투기자를 적발,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김 씨는 "불법쓰레기 10건 중 1건도 적발하기 벅차다"며 "보통 쓰레기봉투에 담긴 우편물이나 명함 등에 적힌 이름이나 주소로 증거를 확보하는데 그것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김 씨와 함께 단계동 주택가 골목에서 쓰레기 무단투기 실태를 파악했다. 검은봉투에 싸여 버려진 쓰레기는 말할 것도 없고 종량제 봉투 안에 음식물쓰레기를 교묘히 버린 것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경우 전문수거업체에 신고 후 배출해야 하지만 고물상에 가져가면 값을 쳐줄 고철부분만 제거한 뒤 버린 것도 있었다. 김 씨는 "언젠가 분리수거가 잘된 재활용쓰레기를 정리하다가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며 "겉보기에 깔끔해 보였지만 묵직한 것 같아 열어보니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불법 투기자들은 적발되면 대부분 부인하기에 급급하다. 도리어 화를 내는 이들이 대다수이다. 증거를 보여줘도 잘못을 시인하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김 씨는 "일부 비양심적인 주민들로 인해 거리가 얼룩지고 있다"며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이웃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쓰레기를 불법으로 배출하다 적발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초 버려진 불법쓰레기에는 자발적으로 치우도록 경고장을 부착해 놓고 일정기간 방치해 두는데, 이 기간 내에 되가져가면 과태료 처분은 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