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의료기기전용공단 모습. 2005년 33만2천㎡ 규모로 조성돼 36개사가 입주해 있다. 현재는 포화상태여서 업체들의 공장 신·증설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부론면에 의료기기특화 국가산업단지(이하 국가산단) 지정이 추진된다. 강원도는 지난 17일 최문순 도지사와 원창묵 시장, 국토연구원과 산업연구원, 강원발전연구원, 의료기기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기기산업과 국가산단 지정 세미나를 열고 국가산단 지정을 공식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문순 도지사는 "의료기기산업은 국내 최고 생산력과 수출경쟁력을 자랑하는 강원도 대표산업이고,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장용지가 부족해 생산량과 매출 증가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산단 조성이야말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각계각층이 노력해 조속히 국가산단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원도와 원주시가 추진하는 원주권 국가산단은 부론면 일대 379만5천㎡ 규모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7천억원을 투입하며 바이오 융복합 의료기기 특화 업종을 집중 유치할 계획이다. 강원도와 원주시가 국가산단을 추진하는 배경은 정부 지원을 통해 의료기기산업 발전의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산업인프라 조성을 위한 국가 지원이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됨에 따라 기업 유치 기반을 갖추지 못해 국가 산업인프라 조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원창묵 시장은 "수도권전철 연장사업과 의료기기생산단지 100만평 조성은 대통령 공약이었고, 대통령이 원주에 방문했을 때 직접 건의드려 청와대 업무보고에도 올라갔다"며 "수도권전철이 원주까지 연장되면 인천공항에서 50분, 강남에서 30분 거리에 놓여 수도권에서 출퇴근이 가능해 인력수급도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100만평 이상의 국가산단이 조성될 경우 국내 의료기기 생산의 30% 이상, 수출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연관된 부품산업 활성화로 강원도 산업 전체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완제품 중심의 의료기기 생산으로 지역 내 파급효과가 미약했던 의료기기 산업이 의료기기부품산업까지 포함하는 생태계가 조성됨으로서 의료기기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지역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전국에 40개 국가산단이 조성되는 동안 동해 북평에 소규모 1개소 국가산단에 머물렀던 강원도의 산업인프라도 크게 확충돼 산업인프라 낙후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발전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국가산단 지정추진 세미나에서는 박양호 전 국토연구원장과 홍진기 산업연구원 산업입지팀장이 기조발제를 했다. 이어 김인교 강원테크노파크 원장, 김인중 강원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나흥복 (사)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실장, 신태민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이성용 전 강원의료기기산업협회장, 홍진기 연구위원이 토론을 벌였다.

기업체·대학·지원기관·연구소 전문가 패널토론

이성용 전 (사)강원의료기기산업협회장

원주에 120개 의료기기 업체가 있지만 65% 정도만 사업을 하고 있고, 나머지 35%는 R&D생산단지여서 60~70개사만 활동하고 있다. 태장공단과 동화의료단지 모두 부지가 없어 고민이다. 한해 500억~600억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부지만 있다면 1천억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 또한 하드웨어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해외 수출에 필요한 인증사업 등이 좋은 예이고, 국가산단에 대학 산학협력단이 포함돼 기업들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흥복 (사)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실장

의료기기 업체의 80%는 수도권에 있고 나머지 5%는 도내에 있다. 국가산단 지정을 받으려면 수도권 기업이 원주로 올 수 있어야 한다. 오송이나 대구, 세종시도 국가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정주요건이 미약해 공무원마저 이탈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업들이 늘 갖는 애로사항은 인력확보인데 국가산단이 조성된다면 생활이나 교육 등 정주요건을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김인교 강원테크노파크 원장

강원도 의료기기 산업이 국가산단을 요청할 정도로 성장해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시·도 간 산업연계나 정부와 협력해 국가산단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 고용률은 50~56% 수준이지만 실업률이 3%가 안 되는 것은 제조업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산업기반의 확충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의료기기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국가산단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도금, 판금 등의 뿌리산업과 IT 소프트웨어, 글로벌 기업, 연구소 등의 유치도 필요하다.

신태민 연세대 산학협력단장

지역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도 졸업 후 수도권으로 진출하고 지역에 남아있지 않는다는 애로사항을 많이 듣는다. 지역기업에 유능한 인력이 확보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자발적으로 기업체에 취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으로 인해 지방대학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 예상되고 특성화 요구에 따라 살길을 궁리중이다. 연세대는 특성화 정책으로 의료기기 전문 인력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기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인중 강원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가산단 지정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산업단지보다 국가산단은 상징성으로도 브랜드가치가 충분하다. 국가산단을 유치하면 강원도의 산업구조가 확 바뀔 것이다. 무엇보다 사업시행자 확보가 중요한데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인 수요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으며, 원주의료기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일본이나 유럽 등의 외국기업 유치에도 노력해야 한다. 

기조강연 및 주제발표

I

▲ 박양호 전 국토연구원장

NBEC산업 잘 활용하면…
"세계적 강소도시로 도약"

국가산단은 입지적 특성이 들어맞는 곳에 지정됐다. 포항이나 울산은 조선, 자동차 등 해외 수출이 용이한 곳에 들어섰고 마산, 창원도 일본과 가까워 이득을 보았다. 강원도는 동북아시대, 북극항로 개척,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로 이어지는 글로벌 공간의 변화혜택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

국가산단 조성으로 인해 울산, 남부권 도시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 국가산단과 연계한 사업으로 정부 기관이 도시로 이전하는 효과를 보였고 이후 도시발전을 도모하는 특성도 있었다. 이 효과로 국가산단을 유치한 도시들은 평균 8~9%씩 인구증가율을 기록해 지역발전은 물론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됐다.

우리나라 국가산단은 세계적인 경기흐름과 같이 발전했다. 60년대 초 세계경제가 성장 흐름을 탔고 70~80년대 고도 성장을 했다. 이후 80년대 중후반 침체기를 거쳐 다시 세계경제는 2020년을 정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적 사이클 속에서 세계경제는 움직였는데 앞으로는 INBEC산업(IT-Information, NT-Nano, BT-Bio, ET-Energy, CT-Culture)이 주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첨단의료기기 생산거점을 통한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강원도가 부상할 것이며 원주는 의료기기 산업을 중심으로 INBEC산업의 융합중심지 역할이 가능해 세계적 강소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원주의 의료기기 뿐만아니라 춘천의 바이오, 강릉의 신소재와 결합해 특화된 의료산업입지를 촉진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원주는 첨단의료기기 산업개발을 육성해 오송·대구와 함께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연계한 정부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일본, 스위스, 등 바이오산업의 다원입지를 참고해도 좋고 강원도를 동북아의 스위스로 발전시키는 것도 좋다. 국가산단 개발은 의료, 직장, 주거, 보육 및 교육, 교통, 문화, 레포츠, 안전 등을 고려한 융합한 산업단지로 개발돼야 하며 산업단지와 대학, 연구소 등 연구개발 기능과 접목해 기술개발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 홍진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LH 등 사업시행자 확보 중요해…
"입지수요 증명이 관건"

강원지역의 산업용지 수요는 2010년 이후 연평균 1.7% 증가세로 매년 약 10㎢씩 늘어나 2015년 735㎢, 2020년에는 786㎢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발전추세가 그대로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2010~2020년간 강원도는 전국 평균 1.7%보다 낮은 부지증가율 1.3%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동기간 지식기반제조업의 수요증가율은 전국 평균 2.5%보다 높은 5%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향후 공급될 계획입지 면적을 기준으로 수요대비 공급비중을 살펴보면 지식기반제조업의 산업입지 공급물량이 수요에 비해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원주에는 6개의 산업단지 및 농공단지가 있으며 2개의 산업단지와 기업도시를 추가 조성 중이다. 대부분 산업단지는 분양이 완료돼 추가적으로 공급 가능한 입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국가산단 신규 지정 검토기준에 따르면 국가산단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입주수요 입증과 사업시행자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재 도내 강원도내 의료기기산업의 입지수요로는 국가산업단지 지정요건에 필요한 부지면적을 채우는데 한계가 있으며, 의료기기산업을 둘러싼 지자체간의 치열한 경쟁도 입지수요를 확보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보인다. 따라서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업체가 동반 입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부족한 국내 수요를 보완할 수 있는 외국기업 전용단지의 조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의료기기산업의 융합화 추세에 부응해 강원도 내에서 빠르게 집적이 이루어지고 있는 비철금속, 자동차부품산업 등과의 융합, 의료기기와 의료서비스의 융합 등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사업시행자로 LH공사를 사업에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과 아울러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공공-민간 공동사업 추진방식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하며 사업위험 분산과 자금조달 분담을 통해 사업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방식인 PFV도 도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