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선행학습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사교육에 치우친 교육 현실로 인해 가계 부담이 크고 학교 수업시간 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며 공교육이 무너지는 등의 폐단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것이 선행학습금지법 통과 이유다. 과연 지역에서는 선행학습금지법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역 교육 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김 모 교사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교육계를 기만하는 정책"이라며 "제도자체가 억지스럽다"고 평가했다. 김 교사는 자기주도학습과 같은 예습은 물론, 대상을 한정하지 않고 방송하는 EBS 마저 문제가 될 것이고, 수능시험 일정과 내용 등 지금까지 모든 교육과정의 근간을 흔들게 된다고 말했다.

저학년이 EBS를 통해 고학년의 수업을 듣거나, 방과후수업에서 심화 발전 내용을 배우는 것 자체가 선행학습금지법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하달하는 진도표대로 수업하고 법을 지키려고 수업시간에 했던 것만 시험문제로 출제하게 되면 사실 교사로서는 일이 편해진다"며 "대신 학생들은 내신을 위한 학교 공부와 수능 공부를 따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 신 모 씨도 교육계의 안일한 행정에 고개를 저었다. 신 씨는 "대입에 있어 논술이나 필답고사 등을 고등 교과과정 내에서만 출제하는 것도 문제"라며 "예를 들어 논술의 경우 14종 교과서 내 지문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학교에서 교사들은 다른 교과서 지문으로 수업할 수 없고 학생들이 전 교과서를 공부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행학습이라는 잣대가 불분명한 사교육계에 학생들이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원에 종사하는 김 모 씨는 선행학습금지법에 대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행학습금지법 세부 내용에 학원 등 사교육계에서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광고를 할 수 없도록 했지만 위반 시 벌칙조항이 없어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씨 역시 선행학습금지법 광고 문구와 관련된 조항에서 근본적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선행학습의 긍정적 효과 때문에 공교육이나 사교육 모두에서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선행학습금지법 통과로 대한민국은 학생의 자율권을 박탈하고,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교육사업 광고 제한 국가가 됐다"고 꼬집었다. 또 "선행학습의 부정적 효과는 인정하지만 사교육계의 음성화를 문제화 시키기 전에 사교육과 선행학습의 긍정적인 면을 양성화 시키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학부모 정 모 씨는 무엇보다 선행학습의 폐해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에는 박수를 쳐줄만 하지만, 너무 쉬운길을 가려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정 씨는 "학벌주의 사회에서 선행학습은 분명 많은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충 법안만 만들어 우린 할 일 했다는 식의 의정활동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이번 선행학습금지법 세부안의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며 "오죽하면 이런 법을 만들까 싶지만, 선행학습금지법을 유지하고 효과를 보기 위해선 선행학습의 기준과 선행학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