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도시계획법 변경으로 원주에서도 재개발·재건축 붐이 일었다. 하지만 주택경기가 장기적인 침체에 빠지면서 재개발·개건축사업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진은 원동 다박골 구역 모습.

지난 2003년 도시계획법 변경으로 원주에서도 재개발·재건축 붐이 일었다. 2004년 원인동 남산지구, 단계동 4통지구, 학성동 달동네, 원인동 나래지구 등이 재개발사업을 추진했고 개운아파트(한신)를 비롯해 봉산재개발(배말타운), 삼흥아파트(신성미소지움), 우산아파트(신일유토빌), 단계아파트, 학성·송계(중앙연립) 등이 재건축사업 청약을 진행했다.

그중 원인동은 어느 지역보다도 재개발 열풍이 불었다. 원인동 2, 3통과 명륜동 일부를 포함한 남산 재개발사업, 5, 6, 7통 지역을 중심으로 나래지구 재개발사업, 8통 일부와 10, 11통이 포함된 다박골 재개발사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이는 원인동 전체면적의 80%를 차지한다.

원인동 일대에 재개발 붐이 일어난 것은 2004년 6월 나래지구 재개발추진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생활환경이 비슷한 인근주민들도 재개발사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원인동 다박골은 12, 14, 15, 16, 17, 24통 지역 6만9천300여㎡ 부지에 지상15층 아파트를 건축하기로 했다.

단계4통도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으로 고시되면서 원주시로부터 사업시행 인가를 밟고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 일대는 저지대에 따른 상습 침수 피해에다 30년 이상된 노후 및 불량주택이 밀집해 있어 2003년 5월부터 재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학성동 달동네도 재개발사업에 뛰어 들었다. 학성동 1, 7, 8, 10, 11통 지역 대지면적 1만2천800㎡에 900여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계획이 진행됐다.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에 탄력이 붙자 2006년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업계의 수주 경쟁도 달아올랐다.

당시 재개발시장에 뛰어든 건설업체는 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대림건설, 경남기업, 태영건설, 대우건설, 동부건설, 금호건설 등 10여개에 달했다. 이들 업체는 도급순위 20위 안의 상위 업체들이다. 단구동재개발지구의 경우 벽산건설과 대우건설이 별도의 홍보관을 설치 주민들을 초청해 각종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치열한 홍보전이 펼쳐졌다.

원주시도 이에 발맞춰 지역경제활성화 실무추진반(이하: 실무추진반)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실무추진반은 민간투자유치제도인 BTL(임대형 민자사업)사업을 담당하며 원일프라자 재개발과 택지개발 등에 투입되고 있는 원주시 공영개발특별회계 투자범위를 체육시설 및 관광사업으로 확대했다.

2006년 들면서도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았으며 학성동 광명마을, 단구본동 지구, 태장1동 새동네 재개발지구, 봉산강변역, 단구동 동주·선아지구, 단구동 관후구역, 중앙동7구역 등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했다.

▲ 재개발사업이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재개발지구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주택들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공급물량 과다 주택가격 상승폭 둔화
　
하지만 2006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프리미엄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분양권이 속출하고 입주아파트의 실 입주율도 떨어졌다. 하지만 부동산업계는 투기거품이 낀 주택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국민은행이 조사한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원주지역 주택매매가 변동률은 113.6%로 소폭 상승했다. 2006년 1월 0.5%p, 2월 0.3%p, 3월 0.8%p 상승했다가 4월 0.6%p, 5월 0.5%p 등 상승폭이 둔화됐다. 원주의 주택매매가 상승률은 전국 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갈수록 주춤했다.

부동산업계는 원주 주택시장의 침체 원인을 과다한 공급물량에다 투기거품이 사라지고 있고 장기적인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또한 분양 및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향후 재개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공급 물량의 증가로 원주의 부동산 시장이 더욱 심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분별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면서 곳곳에 재개발반대 여론도 들끓었다. 재건축지구는 진정된 상태이지만 재개발지역은 추진위원회와 주민 간 마찰이 일어나는 지역이 발생했다. 일부 지역은 주민과 업체, 추진위원회가 법정공방을 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추진위원장이 바뀌거나 구속되는 경우도 발생됐다.

특히 재개발을 위한 시공사 결정 및 주민대표 선정과 정비업체 선정 등을 결정하는 주민총회에서 추진위원회가 경비업체를 동원해 주민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거나 반대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재개발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공동대응했다.
　

▲ 주택재개발 추진위원회와 재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갈등이 심화돼 몸싸움으로 치닫는 일도 벌어졌다.

매몰비용 문제로 정비구역 해제도 못해
　
증가한 입주물량과 침체된 건설경기로 인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장기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현재 관내에서 진행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5곳이다. 단계동 4통은 2005년 3월에 정비구역지정고시 된 이후 2006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주택경기 침체로 시공사가 사업추진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단계주공아파트는 2012년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골드사업단이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지난해 6월 쌍용건설이 자본잠식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가 사업진행이 불투명해졌고 10월 사업 축소로 정비구역을 변경 중에 있다.

원동 남산은 현장설명회를 열고 시공사를 모집하는 공고를 3회 진행했지만 나서는 시공사가 없어 제한경쟁에서 일반경쟁으로 입찰조건을 완화하기도 했다. 원동다박골도 지난해 2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고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사업시행인가, 보상처분, 시공사 선정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다양한 문제점도 발생되고 있다. 남산지구 17채, 나래지구 62채가 현재 폐가 형태로 흉물스럽게 방치돼 청소년 탈선 및 노숙자들의 노숙 장소로 이용되는 등 범죄발생우려지역이 되고 있다. 또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정비구역에 포함되면 외부형질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조합이 원할 경우 정비구역 해제가 가능하지만 사업초기 진행된 매몰비용으로 인해 조합을 해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조합운영비와 임대료조차 지급하지 못해 미납된 상태이다"며 "매몰비용이 20억원에 이르러 현재로선 앞으로 나갈수도 뒤로 후퇴할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도시재생 활성화 특별법 시행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도시재생특별법)'이 12월부터 시행됐다. 법률적으로는 경제적·사회적·물리적으로 쇠퇴한 지역에 대해 국가의 지원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제고하는 목적과 지역주민공동체의 회복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사업은 크게 항만·공항·철도·산업단지·하천 등을 중심으로 한 '도시경제기반형'과 주거지역이 대상이 되는 '근린재생형'으로 구분된다. 인구가 감소하거나 산업이 쇠퇴한 곳, 주거환경이 악화된 지역이라면 정부가 지정하는 도시재생 대상 지역이 될 수 있다.

도시재생 대상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인구감소 ▷산업쇠퇴 ▷주거환경 악화 등 3개 요건 중 2개를 갖춰야 하고 인구감소 지역의 경우 지난 30년간 인구 최대치 대비 현재 인구가 20% 이상 감소한 지역 또는 지난 5년간 3년 연속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 해당된다. 정부는 지자체의 도시재생계획 등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도 설치했다. 산업시설이 전무한 원주의 경우 구도심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문제는 근린재생형에 적합하다.

하지만 도시재생특별법은 재개발·재건축 해제지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도시정비구역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앉고 있다. 관내 도시정비구역의 조합들은 평균 20억원에 이르는 투입비용=매몰비용의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공사·정비업체·철거업체 등 각종 업체들로부터 빌려 쓴 비용의 정산문제가 도시재생특별법을 가로막고 있는 것. 경기도는 지난 2012년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포기하고 해산하는 추진위원회의 매몰비용 70%를 도와 각 시가 분담하는 '경기도 뉴타운·일반 재정비 출구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매물비용의 70%인 46억원 가량을 공공이 책임지게 되며 도는 그 중 50%인 약 23억원을 분담하게 된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매몰비용을 자체 조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도시재생특별법은 구도심의 신축과 정비가 아닌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 없이는 성사될 수 없다. 학성동 K 씨는 "10년 동안 진행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기대했던 조합원들이 근린재생형 사업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다"며 "도시재생특별법에 관한 지자체 차원의 홍보와 장려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poa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