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月二十六日立春。卽事。
　
　동쪽 거리에서 봄맞이 제사가 한창이고
　(東陌迎春祀事明)
　토우도 새벽부터 첫 밭 갈기를 시작 하네
　(土牛乘曉起初耕)
　구망은 감농사를 보지 못하고
　(句芒不見監農使)
　사람들이 이름만 훔친다고 비웃으리라
　(應笑時人浪竊名)
　근본을 다스리려면 농정부터 먼저 해야 하니
　(治本於農政所先)
　거룩한 임금도 쟁기 잡고 몸소 밭을 갈았네
　(聖君躬秉耕田)
　그 누가 나라운명과 백성 목숨을 걱정하랴
　(誰憂國命兼民命)
　저 하늘만은 속이기 어려우리라
　(雖復難欺是上天)
　
입춘(立春)을 맞아 행해지던 제사 모습을 그린 시다.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는 시(詩)로 1392년(고려 공양왕 4년)에 원주 행구동 입춘단(立春壇)에서 행해지던 날 운곡 원천석(元天錫) 선생이 그 풍경을 보고 지은 것으로 운곡시사(耘谷詩史)에 실려 있다. '토우'는 진흙으로 빚은 소를 말한다.

옛날 입춘 날에 토우를 만들어 멍에를 씌우고 채찍으로 때리며 관청 뜰에서 밭가는 시늉을 하며 풍년을 기원하던 풍속이 있었는데, 우리 원주는 입춘단에서 지냈다는 622년 전 기록이있다. 매년 11월11일은 국가가 정한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은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농민들의 한마당 축제다. '농업인의 날'이 한 해 농사의 풍년을 축하는 행사라면 이른 봄에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입춘단' 행사를 지금이라도 되살려 보는 것이 의미 있는 일 아닐까?

이동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