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이 좋은 컴퓨터와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컴퓨터와 프로그램이 있어도 사용자와 연결해 줄 인터페이스(Interface)가 없다면, 컴퓨터와 프로그램 모두 무용지물이다.

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하드웨어인 도서관과 소프트웨어인 책 뿐만 아니라 인터페이스인 사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도서관은 시설 확장과 보유 장서 늘리기에 급급할 뿐 정작 사용자와 도서관을 이어줄 사서 확충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주는 교육문화관과 시립도서관 등 4개의 도서관이 있으며, 56만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는 모두 17명이다.
　
'원주 장서수, 도내 17위'

원주시 인구 1인당 장서 수는 1.71권으로 도내 18개 시·군 중 17위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2.87권)과 춘천(2.55권)에 비해 훨씬 부족할 뿐 아니라 강원도 평균(2.71권)과도 큰 차이를 보이는 실정이다.

원주시립도서관 관계자는 "원주는 자료공간이 포화된 상태로, 보유 장서를 늘리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며 "중앙도서관이 개관하기 전까지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도서대출량과 도서관 방문자 수가 월등히 많은 원주는 사서 업무가 타 지자체에 비해 과중된 상황이다. 원주의 사서 1인당 담당인구는 1만9천명으로, 강릉(1만4천명)과 춘천(1만1천명), 강원도 평균(1만2천명)을 훨씬 상회한다.

지난해 원주 관내 4개 도서관을 방문한 이용자는 169만명. 춘천 113만명과 강릉 112만명보다 훨씬 많다. 도서대출량도 78만권으로 춘천 64만권과 강릉 47만권을 크게 웃돌았다. 이로인해 사서 1인당 담당하는 대출량은 4만5천권 수준으로 강릉 3만1천권과 춘천 2만2천권에 비해 많고, 사서 1인당 담당 방문자 역시 10만명 수준으로 강릉 7만5천명과 춘천 4만5천명보다 훨씬 많았다.
　
"도서관도 전문성 인정 필요"

지난달 14일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세종시 문광부 청사에서 제2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18년까지 도서관 1관당 담당 인구를 4만5천명대로 낮추고, 사서배치도 1관당 6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사서 1인당 담당 인구도 7천500명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며, 인구 1인당 장서 수는 2.5권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은 각 지자체의 도서관계획 수립의 기준이 된다. 강원도는 수도권에 비해 인구가 적어 사서 기준을 제외하고 모두 위원회가 발표한 기준에 부합한다. 하지만 원주가 위원회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재 건립을 추진중인 중앙도서관과 중천철학도서관 외에 2개 도서관을 추가로 개관해야 하며, 25만권 이상의 장서가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사서 인력 역시 27명 이상 충원돼야 한다.

그러나 사서 충원이 불가능한 이유는 사서직이 안전행정부의 공무원총정원제 및 총액인건비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립도서관 관계자는 "법원이나 검찰청과 같이 도서관도 전문성을 인정해 정원에서 사서직렬을 분리한다면 위원회나 도서관법에 부합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