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출가상' 부분도.

▲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말을 탄 저승사자.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갑오년 청마의 해를 맞아 말 문양과 관련된 다양한 아시아 판화들을 모아 특별전시회를 연다.

'행복의 전령자, 판화로 보는 아시아 말의 세계'를 타이틀로 20일부터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티벳, 몽골, 네팔 등 아시아 각국에서 제작된 말과 관련된 다양한 판화작품이 공개된다.

40여점의 목판 원판과 30여점의 인출판화, 40여점의 서책 및 판화로만 현존하는 진귀한 자료까지 100여점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문화재청이 실시하는 생생문화재사업의 일환으로 새해를 맞아 시민들에게 하늘을 나는 풍마의 기상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죽은 망자를 위해 49제 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는 중국 청나라 시대 목판이 최초로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양면 2장 목판세트로 한 면에는 죽은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말을 탄 일직사자와 월직사자가, 또 다른 한 면에는 망자를 심판하는 염라대왕과 망자를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아미타 부처를 판각한 작품이다.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이 지난 2011년 수집한 후 일반에 최초 공개하는 것으로 국내에도 불화로는 남아있지만 목판화로는 찾아보기 드문 작품이다.

불암사판 석씨원류 판본에 부처님이 출가를 결심하고 말을 타고 성을 넘어 출가하는 장면을 표현한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을 비롯해 민간에서 사용하던 '신마(神馬)' 부적판화, 김유신 장군과 진성여왕의 묘에 조각된 12지신 탁본,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를 하러 수원 화성으로 가는 행렬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등 국내 진귀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1802년 중국과 일본의 명마들을 채색 삽화로 소개한 일본의 '회본 고려악' 판본, '풍마(Wind Horse, 바람의 말)'로 불리는 말문양으로 중앙을 장식해 소원을 이뤄주는 깃발로 널리 알려진 티벳과 몽골의 다양한 타르초 목판도 감상할 수 있다.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은 "이번 특별전에 공개하는 판화들은 살아서는 사람들의 소원을, 죽어서는 사람들의 영혼을 극락으로 전달하는 행복의 전령자인 말을 판각문화로 승화시킨 작품"이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청마의 기상을 얻어 도약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100마리의 말을 모아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4월말까지 계속되며 전시 기간에는 관람객이 풍마(바람의 말)를 천에 찍어 기도깃발로 탑에 매다는 '소원성취 풍마달기 행사'가 진행된다. ▷문의: 761-7885(고판화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