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지난 17일 여성가족부와 협약을 맺고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원주시가 표방한 여성친화도시는 '여성과 가족이 행복한 도시'이다. 성평등을 촉진시켜 모든 사회구성원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며, 이를위해 원주시는 5년간 64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WHO 건강도시, 안전도시에 이어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됨으로서 원주시는 최고의 도시 브랜드를 갖추게 됐다. 모든 사람이 소망하는 건강한 삶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사회적으로는 안전하며, 여성과 가족이 행복한 도시를 내세울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도시 브랜드는 원주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도시의 가치가 향상돼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원주시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건강도시, 안전도시 사업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매년 실시되는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원주시민들은 흡연율, 음주율, 걷기실천율, 비만율, 스트레스 인지율 등 각종 건강지표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다른 도시에 사는 주민들과 비교해 원주시민은 술·담배를 많이 하고, 운동은 하지 않으며,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으로, 건강도시라는 표현이 무색해진다. 건강도시와 건강지표를 직결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있지만 지역주민의 건강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건강도시 사업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검찰청이 매년 지자체 별로 집계하는 폭행·교통사고 발생비율도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는 등 원주가 안전한 도시라고 보기도 어렵다.

건강도시, 안전도시, 여성친화도시는 현재의 상태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이같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 개념이다. 하지만 건강도시는 2004년, 안전도시는 2009년 공인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민들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원주시가 발표하는 외형적 지표로는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건강이나 안전과 관련된 일상적인 행정행위를 뭉뚱그려 놓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대응과 관련된 사업을 건강도시 사업에 포함시키는 식이다.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추진하겠다는 사업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여성 및 가족, 보육 등 현재 여성가족과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집대성 했을 뿐이다.

건강도시, 안전도시, 여성친화도시라는 도시 브랜드가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도시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주체가 있어야 한다. 건강도시는 건강체육과, 안전도시는 안전총괄과, 여성친화도시는 여성가족과에만 맡겨서는 일상적인 행정행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같은 도시 브랜드가 융합하면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T/F팀을 구성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수반돼야만 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진정한 브랜드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