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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세요!"
2014년 01월 06일 (월) 신병식 상지영서대 행정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마주 앉은 유태인을 보고 폴란드인은 분노를 터뜨린다. "당신네 유태인들은 어떻게 사람들로부터 마지막 한 푼까지 긁어내는 비법을 갖게 됐소?" 유태인은 말한다.

"그 비밀을 알려드릴 수는 있지만 5즐로티를 주셔야 합니다." 호기심에 사로잡힌 폴란드인이 돈을 주자 유태인은 답한다. "죽은 생선의 머리를 자르고 내장은 물 컵에 넣어서 보름달이 뜰 때 공동묘지에 묻습니다." 폴란드인은 탐욕스럽게 묻는다.

"그러면 부자가 됩니까?" "서두르지 마십시오. 5즐로티를 더 내십시오." 돈을 받은 후 다시 계속한다. 이렇게 한 없이 계속되자 폴란드인의 분노가 결국 다시 폭발하고 만다. "비열한 유태인 같으니라고! 내가 모를 줄 알고! 비법도 없으면서 그걸 빌미로 내 돈을 마지막 한 푼까지 긁어가려는 수작이지?" 유태인은 차분히 답한다. "아, 당신은 이제 그걸 알게 되었군요."

모두가 잘 살 수 있게 되리라는 경제성장의 기대 아래 우리는 늘 새 정권을 선택한다. 경제성장의 비밀이 알고 싶어, 그걸 다시 한 번 실현하고 싶어, 한강의 기적이라는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하고 싶어 새 정권을 선택한다. 부자가 되고 싶은 갈망에서 유태인에게 그 비법, 그 비밀을 물어보는 폴란드인의 목마른 심정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당선된 이후 새 정권은 자신들에게 표를 던져 준 우리에게 계속 표를 더 던져달라고 요구한다.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비법은 끊임없이 연기되고, 대기업이 잘 돼야 우리가 잘 살 수 있다며 대기업을 위한 일에 계속 표를 던져달라고 요구한다.

기업을 돕는 이런저런 정책을 펴면서 지지를 요구하고, 그런 다음 그들을 위한 또 다른 정책을 펴면서 지지를 요구한다. 그렇게 표를 계속 몰아주면 우리도 결국 부자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 아래 달라는 대로 계속 표를 주다보니 우리 주머니는 점점 홀쭉해지고 그 폴란드인처럼 거덜이 나게 생겼다.

결국 우리는 그 불쌍한 폴란드인처럼 이렇게 소리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과 자영업·중소기업을 희생해서 성장을 이루려는 거지. 내가 모를 줄 알고. 경제성장을 한다고 우리 허리띠만 졸라매라는 거지?" 성장 드라이브를 걸며 한국경제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아, 당신은 이제 그걸, 경제성장의 그 비밀과 신화를 결국 알게 되었군요."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었다. 경제성장을, 그리고 그 경제성장이 어떻게 달성됐는지에 대한 비법까지. 우리에게 그 성장의 혜택은 계속 연기되고, 성장은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이 뒷받침돼야 이뤄진다는 사실, 그 누군가가 바로 우리라는 슬픈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비유는 비유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비유는 나름대로 어떤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 폴란드인이나 우리를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은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이다. 유태인의 '비밀'은 부자가 되겠다는 폴란드인의 바로 그 욕망, 그걸 계산 속에 포함해 이용하는 데 있다. 우리로 하여금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만든 것 역시 바로 그 욕망, 부자가 되겠다는 갈망이다.

우리가 과거에 이룬 한강의 기적은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세"라는 욕망,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서민들의 거대한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 욕망이 우리의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만들었고, 한강의 기적은 바로 그 서민들의 욕망과 노력, 희생의 결과물이다.

"부자 되세요!" 얼마 전부터 우리의 인사말 목록에 올라온 말이다. 처음 이 말은 속된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차츰 그런 저항감도 사라졌다. 그런데 요즘 이 말의 경쟁력이 약화된 듯 자주 듣지 못하게 된 것은 그 욕망의 전차가 자기 궤도를 찾지 못해 무한 이탈하는 현실 속에서, 실현가능하지 않은 이 인사말이 더 이상 덕담이 아니라 비아냥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런 걸 잘 알고 있지만, 갑오년 새해를 맞는 마당에 "부자 되세요"를 마치 주문처럼 주고받으며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다시 한 번 표현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 신화의 시지푸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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