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열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원장: 서중석, 이하 국과수) 개원식에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을 비롯해 이성한 경찰청장, 김기선·이강후 국회의원, 원창묵 시장 등 300여명이 참석해 국과수의 원주시대를 축하했다.

원주로 이전하는 13개 공공기관 중에서는 2번째 이전기관이었고 혁신도시에는 첫 번째로 입주했다. 가장 먼저 혁신도시 내 부지를 매입해 신청사 착공을 했고, 건물 준공도 지난해 8월에 마무리했다.

2만1천471㎡ 부지에 연면적은 1만1천465㎡로, 지상4층, 지하1층이며, 부지매입비 123억원, 공사비 294억원 등 417억원이 투자됐다. 145명의 직원이 원주 본원에서 감정과 연구, 교육 업무를 수행하며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과학수사연구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서중석 원장은 개원식에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역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원주 이전을 계기로 신속한 감정 및 연구, 신뢰받는 세계 최고의 국제적 과학수사 연구기관이라는 비전을 이뤄가겠다"고 말했다.

국과수 역사와 변화

국과수의 기원은 1909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법무부 행형과에 지문계(指紋係)를 설치한 것을 최초로 본다. 광복 이후엔 법무국 행형과 지문계와 경기도 경찰부 지문계를 통합해 경무부 수사국에 설치한 감식과에서 지문사무를 관장했다. 하지만 근대화를 겪으며 과학수사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이 대두됐고, 1955년 3월 25일 내무부 소속기관인 국가과학수사연구소가 설립돼 지금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르게 됐다.

내무부 소속이었던 국과수는 1986년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 청사를 마련해 이전한 뒤 대한민국 전역의 과학수사 임무를 맡았다. 원주 이전까지 2부 1센터 5개 분원을 운영했고, 한해 30여만건의 감정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다 국가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58년간의 서울 시대를 마치고 원주로 이전했다.

국과수는 원주 본원 이전을 계기로 조직과 업무체계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기존 서울 본원은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개편돼 서울·경기 지역의 부검·긴급감정 등 신속한 감정이 필요한 분야와 화재·교통사고 등 현장 밀착 감정이 필요한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원주 본원은 감정 이외에도 연구·교육 및 견학 등의 지원을 통해 법과학자 양성 등 미래 과학수사 발전을 위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원주 이전을 계기로 ▷과학수사요원 및 수사경찰 대상 과학수사 감정기법 교육 확대 ▷지자체 및 유관기관 교육 시행 ▷원주지역 초등학생 대상 과학수사 체험교실 운영 ▷연구개발 성과와 감정기법 노하우 상품화 및 수출 등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5년 문막읍 설치된 동부분소는 국과수 본원으로 흡수됐다. 원주 본원에 부검동이 없어 옛 문막 분원에서 부검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예결위에서 부검동을 지을 예산 42억원을 확보하면 문막 분원의 부검시설을 매각하고 부검동을 신축할 예정이다.

▲ 대기질 분석을 하고 있는 국과수 연구원 모습.

국과수 기능

국과수는 범죄수사 증거물에 대한 과학적 감정 및 연구활동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업무는 감정과 연구, 그리고 경찰과 검찰 수사관의 교육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과학수사를 통한 범죄 근절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국과수의 주요 고객은 경찰이다. 30만건의 감정 신청건수 중 95%는 경찰, 나머지는 검찰, 해경, 지자체 등에서 감정 요청을 하고 있다.

범죄 양상이 갈수록 흉악해지고 기법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국과수는 끊임없이 과학수사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국과수의 DNA 분석은 세계 일류 수준을 자랑한다. 2004년 동남아 쓰나미나 지난해 필리핀 태풍 피해와 같이 다량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국과수는 신원 확인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수습된 시신이 한국인인지 아닌지 여부를 비롯해 성별 검사, 부계 검사까지 빠르고 정확한 DNA 감정을 한다. 숙련된 감정 능력으로 인해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에서도 국민의 신원확인을 재빠르게 마무리하고 타 국가의 DNA 감정요청도 처리해 준 경험이 있다고 한다.

국과수는 개원식 후 기자회견을 열어 거짓말을 97.1%까지 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미국식 거짓말 탐지 시스템은 거짓말을 60~70%밖에 탐지하지 못하지만 국과수 시스템은 완벽에 가까운 탐지 능력을 자랑한다.

이 밖에도 사기도박 카드·오류 검출 프로그램과 모발에서의 프로포폴 검출 기법 등 새로운 감정기법을 개발했다. 국과수 연구기획과 황상규 과장은 "시신 부검 시 필요에 따라 DNA, 약물 감정, 마약여부 감정, 화학감정 등 종합감정을 실시해 정확한 판별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축적된 기술과 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하는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과수는 DNA 분석으로 신원확인은 물론 부계까지 판별 가능하다.

이전 후 애로사항

본원 이전 후 가장 큰 애로사항은 교통문제이다. 혁신도시 인프라가 아직은 미비하기 때문. 145명의 직원 중 90% 이상은 원주에 거주지를 마련했지만 본원까지 다다르는 대중교통이 부족해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국과수 관계자는 "서울에서 원주까지 오려면 3시간이 걸려 대부분 직원이 원주로 이전한 상태"라며 "혁신도시로 오는 시내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정류장도 멀리 떨어져 있어 교통비 지출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 원주로 거쳐를 마련하지 못한 직원들은 금요일 저녁 서울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주역이나 터미널까지 바로 가는 교통편이 없어 차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직원 중 상당수는 하루 종일 연구에 몰두해야 함에도 기숙시설이 부족해 사무실에서 숙식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경찰관이나 과학수사요원을 교육하는 역할도 담당해야 하는데 교육시설이 부족한 것도 애로사항이다. 경찰대학 학생이나 검찰·경찰 요원 등을 교육하는 장소가 부족한 것. 원주시나 원주교육지원청에서 교육장소 확충에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역사회 기여

국과수 이전으로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원주가 과학수사 도시로 급부상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 및 지역대학과 협약을 체결해 관련 산업과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2014년 세계과학수사학술대회가 원주 본원에서 열리는데 이와 유사한 국제회의, 과학수사와 관련된 국내외 저명인사 방문을 통해 원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게다가 정규직원과 계약직원 230명 중 90% 이상 원주로 이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원주의 초·중·고교생을 초청, 과학수사체험을 실시함으로 지역주민과 가까워지는 노력할 방침이다.

"원주 이전은 색다른 도전 시민과 함께 위상 높일 것"

▲ 서중석 원장

인터뷰: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원장

원주 이전 소감은?

개인적으로 아주 색다른 도전을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청사는 오래됐고 비좁아 원주 이전은 새로운 과학수사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건 현장에서부터 증거물의 정확도와 확실성이 요구되는데 원주 이전으로 수사관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사업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정부에서도 관련사업을 지지해주고 있어서 바람대로 된다면 원주가 과학수사의 도시로 이미지가 부각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과수 본원이전에 따른 변화가 있다면?

저희 연구원은 감정을 해야 하는 대명제가 있지만 본원은 연구와 교육에 중점을 두게 될 것입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시신, 화재현장, 교통사고 등 현장 중심의 감정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러한 것들은 서울을 비롯한 5개 연구소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본원은 지방연구소를 컨트롤 하고 지방에서 하기 어려운 큰 사건을 담당하는 구조로 조직을 재편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상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불편한점이 있다면? 원주시가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감정업무를 하다보면 밤10시, 11시까지 일할 경우가 많은데 교통수단이 부족해 직원들이 퇴근할 길이 없어 막막해 합니다. 그리고 유족 등 외부에서 찾아오는 분도 많은데 교통편이 부족해 불편하다고 들었습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이 전체 입주하면 불가피하게 통근하는 분들도 있을텐데 이 분들을 위해서라도 원주시가 나서서 기차시간을 당겨줄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안전행정부 소속 공무원분들이나 경찰대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가는데 교육을 활발히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이 빈약한 상태입니다. 교육청이나 시에서 교육시설이 있다면 지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지역과 동화하는 정책이 있다면?

지역에 동화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이전을 해야 하는데 현재 90% 이상이 이주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를 비롯해 지역 대학과 MOU를 맺어 강의와 연구 활동을 같이 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대시민 서비스로 과학수사체험학교를 열어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과학수사는 어떻게 하는지 체험교육을 실시해 과학자의 꿈을 심어줄 생각입니다. 다만 시민들에게 국과수 내부를 공개하면 감정업무에 오류가 생길 여지가 있어서 아쉬운 면이 있는데 이는 시민들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직원들 거주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로테이션(순환보직)이 안 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은 은퇴까지 원주에서 생활하셔야 하는데 가족까지 다 왔다고 들었습니다. 젊은 직원들은 아이들 교육 때문에 원룸을 사용하고 있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정부기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전이 완료되기까지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원주시민들에게 한 말씀.

진심으로 저희를 환영해주셔서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가공무원으로서, 최첨단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원주 발전과 더불어 저희 연구원도 무한한 발전을 하고 싶습니다. 기꺼이 저희를 잘 품어주시고 잘 도와주셔서 원주와 더불어 국과수가 세계적인 위상을 갖출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대담: 이상용 편집부국장
정리: 최다니엘 기자 / 촬영: 이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