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발전을 위해 택지를 개발하고 공기업, 민간기업을 유치해 도시규모를 늘리다 보니 눈이 보이는 도시의 변화속도는 가히 상상보다 빠르다, 그런데 새 집을 짓다보니 오래된 집들이며 옛 골목길, 동네들이 천덕꾸러기가 되어가고 있다.

봉산동, 우산동, 일산동, 학성동, 평원동 등 원주의 구도심들이 점점 슬럼화돼가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개는 상업시설을 만들어 활성화 해보자는 얘기들이 있건만 그것도 녹록지 않은지 몇 년째 손에 잡히는건 없다.

문화의 거리를 만들고 있지만 그곳에서 문화를 보기란 앞으로 얼마가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전국에 똑 같은 모양의 문화의 거리가 있지만 자리잡은 곳은 아직 없어보인다. 곧 원주역까지 이전하고 나면 원주의 옛모습은 거의 사라지는 것 같다. 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전환기에 문화가 보이지 않는다.

구도심들이 모두 사라지는데 문화계 제안도 빈약해 보인다. 구도심 발전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봐도 전국 어디나 똑 같은 결과가 나온다. "차별화된 지역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하고 지역 문화브랜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20년도 넘게 들었는데도 여전히 빅테이터의 시대, 융복합의 시대에 도시를 디자인하고 설계하는데 예술가의 존재도 문화활동가의 존재와 역할도 아쉽기만 하다.

원주문화가 소비만 되고 있다, 생산은 없는데 문화적 가치를 단지 몇 명이 얼마를 지출해서 경제유발효과가 얼마라는 계량적 지표로만 보는 것 같다.

도심 구석구석에 문화공간, 창작공간 등 예술가와 문화활동가와 대중들이 문턱없이 융합할 수 있는 여건들이 필요하다. 지역 문화예술생태계 조사를 통해 몇 명의 예술가가 지역에 있는지 밥은 먹고 사는지, 어떤 작업을 하는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 분석을 토대로 지역을 위한 활용가치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문화기본법이 통과되었다. 이제 국가와 지자체는 각종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때 문화영향평가를 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문화적으로 평등해야 한다는 취지가 있고 삶을 지속하는데 물질적인 것 외에 정신적 요소가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법으로 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혁신도시도 좋고 기업도시도 좋고 축제도 좋은데 문화생산자는 없고 문화소비자만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원주발전을 위한 테이블에 예술가의 참여를 보장하는 문화예술위원회가 구성되기를 희망한다. 구도심 개발과 유휴공간 활용, 공단조성과 의료기기산업 등 전분야에서 예술과의 융합을 통한 문화적가치 창출의 통로를 열어두어야 하는 시대이다.

지자체 가운데 아직 예술과 사회, 산업의 통섭을 시작한 곳은 없는 것 같다, '태양의 서커스'로 유명한 캐나다 퀘벡주는 예술과 공학의 통섭이 오랫동안 발전했기 때문에 예술을 통한 경제효과가 세계 정상에 올라와 있다.

원주역, 학성동, 일산동, 봉산동 등은 역사를 찾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역사와 공간, 스토리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산업분야는 예술가들과 함께 공동창작을 통해 연구, 개발과 예술창작이 상생하는 모델을 개발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이 경제다. 원주가 갖고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술가들만이 갖고 있는 다른 시선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