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후 일자리를 구하는 것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력을 살려 새로운 직장을 구하면 다행이지만, 노년층 구직자 대부분이 직전 경력과 상관없이 구인여건에 맞춰 직장을 찾는 것이 보통이다. 젊은 층도 취업에 실패해 눈물의 쓴잔을 마시는 것이 다반사인 상황에서 노년의 구직자를 반겨줄 회사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년퇴직을 앞둔 한 회사원은 "고위층에 있다 경비나 청소직으로 일하는 선배들을 보면 앞이 캄캄해진다며 "경력을 살려 다른 곳에 이직하고 싶어도 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 내 대부분의 고령층 구직자들은 경비직이나 환경직, 농업직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무작정 쉬고 있는 구직자도 많았다. 은퇴 이후의 일자리 시장은 어떠한지, 막상 일자리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역 고령자 구직시장을 취재했다.

▲ 원주시 구인구직 해피데이 참가자 대부분은 중년 구직자들이다. 한 중년 참가자가 구직 신청서를 쓰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한눈에 보는 국민보건의료지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1.1년이며, 여성은 84.5년, 남성은 77.7년이었다.

반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275곳을 대상으로 '직원의 정년퇴직 연령'을 조사한 결과, 정년퇴직 연령이 정해져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61.5%였고, 이들 기업의 평균 정년은 만 55세였다. 정년을 채우더라도 이후 25년 이상 더 산다는 얘기다.

원주시 거주 55세이상 주민등록인구는 2011년 말 6만6천746명, 2012년 말 7만1천608명, 2013년 11월 말 7만4천789명으로 매년 증가추세이다. 하지만 이들의 취업시장은 녹록지 않다. 취업 전문가들은 "1946년생부터 1965년생까지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가 잇따르고 있지만 원주에서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은 매우 한정돼 있으며, 대부분은 어떻게 일자리를 찾아야 할지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원주고용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55세 이상 구직신청자는 2천165명으로, 전체 구직신청자 1만5천621명의 14%에 달했다. 100명 중 14명은 고령구직자지만 이들 대부분은 임시직인 경비나 청소, 건설직 등을 전전하고 있다.

원주고용센터 권영옥 취업지원팀장은 "젊은 층 취업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고령구직자들은 쉬운 직종으로 구직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년퇴직 후 경력을 살려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원주에서는 드물다"고 말했다.

55세 이상 고령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춰 구직에 매달리지만 실제로 취업에 성공하는 비율은 43%로 10명 중 6명은 실업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취업에 성공한 948명 중 230명은 경비 및 청소직(39.9%), 180명은 건설직(19%), 136명은 농림어업직(14%)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1년 미만의 계약직이거나 임금도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공무원연금공단 퇴직공무원취업지원센터 김명섭 씨는 "연차가 높을수록 직원을 감원하는 기업생리와 최악의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고령자 취업시장이나 근로환경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구성원 중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고령자 취업훈련 기관설치, 기업의 기간제 및 시간제 일자리 확보, 사회적 서비스 강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 등의 노력을 정부, 기업체,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지원기관 적극 활용해야

은퇴 후 일자리가 퇴직 전 급여수준이나 복지환경에 훨씬 못 미치더라도 취업을 해야만 한다면 취업지원기관에 도움을 받거나 원주시 노인일자리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 원주시는 매년 초 기초노령연급 수급자를 대상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시니어클럽과 원주노인종합복지관에 노인일자리 사업을 위탁하고 있는데 매년 1월 초 모집해 3월부터 시행한다.

시니어클럽과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은 떡방앗간과 미용실을 운영해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하루 2~3시간씩 일주일에 3일 정도 일하고 한 달에 20만원 정도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같은 급여수준의 컴퓨터나 게이트볼 강사 일자리도 제공한다.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인 경우 꽃길조성사업 같은 일자리를 추천한다. 이러한 일자리는 근무강도가 세지만 월·화·수·목 8시간 정도 일하고 80만~90만원 벌 수 있다. 민간취업을 원하는 경우에는 전문기관의 알선을 받는 것이 좋다.

대한노인회 원주시지회는 취업센터(이하 노인회 취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은퇴자들이 많이 찾는 직종인 경비나 청소, 골프장 관리직 등의 직종을 소개하고 있다. 단 지자체 공공근로일자리, 지자체사업일자리사업 수혜자는 제외된다.

경비직의 경우 아파트와 일반 건물, 회사로 많이 취업되는데 아파트는 격일제로 일하며 월급은 120만~130만원이고, 건물 경비의 경우 야간직이 많은데 한 달 95만원 정도 임금을 받는다. 미화직은 관공서, 아파트, 일반 건물 등으로 알선을 해준다.

대부분 여성 채용이 많으며 한 달에 70만~90만원 벌 수 있다. 골프장은 조경이나 홀 관리 등의 일이 있으며, 월 120만~130만원이다. 주유원은 대부분 오전, 오후 근무로 나뉘며 업무량에 따라 60만~1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권기향 노인회 취업센터장은 "연금으로 생활하시는 어른신들 보다 급여는 적지만 꾸준히 일하시는 분들이 더 건강하신 것 같다"며 "눈높이를 낮추고 현장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면 괜찮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을 배워 더 높은 급여를 받고 싶다면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를 추천한다. 현재 50세 이상 20여명이 건축·환경설비, 열·냉동, 전기공사 기술을 배우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기술자, 용접기술자, 전기기사 등으로 취업된다.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김상규 교수는 "20명 중 절반은 졸업 전 취업하고, 나머지 절반은 졸업 후 3개월 이내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베이비부머세대를 위한 특별과정도 운영하고 있어 단기간에 취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규 교수는 "취업교육 후 2천200만원에서 2천4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직종으로도 취업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신두철 씨

북부지방산림청 산림패트롤 신두철 씨
"목표 정한 뒤 꾸준히 도전"

올해 환갑을 맞은 신두철 씨는 자동차부품대리점과 식당을 운영하다 지금은 북부지방산림청에서 산림패트롤로 근무하고 있다. 1998년부터 배우자와 함께 학성동에서 부품대리점을 했는데 대기업 횡포와 일손 확보의 어려움으로 사업을 접었다.

노후엔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인터넷을 통해 여러 직종을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산림청 패트롤 관련 직종을 검색하게 됐다. 한 곳에 지긋이 머무르는 것보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평소에 등산이라면 자신있던 신 씨에게 산림감시 활동은 은퇴 후 일자리로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어디를 가야 할지,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원주시청 기업지원과 취업지원센터를 찾게 됐고, 직업상담사가 이력서 작성법과 일자리를 소개해 주었다. 3개월 정도 산림기술자 공부를 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북부지방산림청 산림패트롤직에 응시, 합격했다.

신 씨는 "일자리를 찾고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두려움이 컸다"며 "혼자서 끙끙 앓는 것보다 취업기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고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도전하는 것이 취업성공의 지름길이다"고 말했다.

비록 계약직이긴 하지만 신 씨는 하루 6만원 정도 임금을 받고 있다. 사업할 때처럼 큰돈은 손에 쥐지 못하지만 한 달에 20일에서 25일 정도 일해 안정적인 생활은 가능하다고 했다.

신 씨는 산림청 패트롤 경험을 바탕으로 계약기간이 끝나면 직종에 재 응시할 계획이다. ▷문의: 742-5844(대한노인회원주시지회 취업센터), 735-0968(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737-2882(원주시기업지원과 취업지원센터), 769-0900(원주고용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