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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네팔 청년의 눈물
2013년 12월 16일 (월) 최철영 함께하는 공동체 대표 wonjutoday@hanmail.net
   

2003년 10월 가을이 무르익을 때에 처음 중국인 친구들과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며 거주외국인들의 인권과 처우개선에 나섰습니다. 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곳 원주 문막읍에 말하자면 번듯한 건물의 외국인주민지원센터를 개관하게 됐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참으로 많은 변화와 진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제게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과 처우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물론 초창기 산업연수생 제도 시절의 말도 안 되는 제도적 결함과 문제는 사라졌지만 거주외국인을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은 근본적으로 변화가 없다"고 말입니다.

"무슨 말이냐 월급도 많이 받고 제도적으로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편안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으실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필요에 의해 그들을 요청했고 지금도 원주와 같은 중소도시 산업체에서 중추적인 인력으로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를 기계 부품 중 일부나 돈 주고 사용하는 노예 정도로 생각하고 취급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최근 문막 한 제재소에 한국에 온지 채 세 달이 되지 않은 20대 초반의 한 네팔 청년이 사장의 반복적인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행을 견디지 못해 경찰에 폭행 신고를 했습니다. 이 청년의 간단한 바람은 "비록 고향 떠나 이역만리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맞으면서 일하는 것은 견디지 못하겠으니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제도는 즉, 고용허가제를 통한 적용은 외국인 노동자가 직장을 바꾸고 싶다고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 즉, 사장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물론 예외 규정으로 고용지원센터에서 직권으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사업장이 폐업했던가, 2개월 이상 임금이 체불됐던가, 노동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이유로 더 이상 동일 사업장에서 작업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가능합니다.

네팔 청년의 경우는 사용자의 폭행이 있으면 직권으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증거와 증인이 있음에도 이 제재소 사장이 끝까지 폭행을 부인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고용지원센터는 그래서 폭행이라는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기 전에는 사업장을 변경해 줄 수 없다는 것이고 사장은 자신의 어려움만 호소하지 절대 사업장 변경에 동의해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수요일 늦은 밤 이 네팔 청년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사장이 술에 취해 또 다시 자신을 폭행하고 기숙사에서도 쫒아냈다는 것입니다. 전화를 받고 급한 마음에 기숙사로 사용하는 아파트 앞에 도착해보니 트렁크 하나를 들고 서 있습니다. 얼른 차에 태우고 자초지종을 묻고 있는데 그 청년에게 전화가 옵니다. 한참을 네팔어로 통화하던 이 젊은 청년은 급기야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조금 진정된 후 누구에게 온 전화냐고 물으니 고향에 있는 아버지였답니다. 아마 안부를 묻는 전화였을 텐데 타이밍이 기가 막힌 탓에 이 청년을 울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분명히 그 집에서는 귀하디귀한 아들 일텐데 타국에서 매 맞고 있는 자신의 현실이 아버지의 안부 전화와 맞물려 울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 네팔 청년의 일들을 다루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인권 선진국이 되려면 저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할 일이 없어지는 상황이 돼야겠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저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인권 후진국입니다.

약자를 괴롭히고 강자에게 굴종하는 비겁한 존재인 자신의 모습을 깨달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더 이상 네팔 청년이 눈물 보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가는 제가 할 일이 없어지는 그런 날을 꼭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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