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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배자'일까?
2013년 12월 16일 (월) 최현숙 상지대학교사회복지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날씨가 추워지면 마음도 얼어붙는다. 김장을 하고 두꺼운 이불을 꺼내며 겨울채비를 하다보면,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노숙자들은 이 겨울을 또 어떻게 보내나 걱정이 된다. 다행히 자선냄비를 비롯해 사회복지기관이나 단체, 방송국까지,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을 벌이니, 마음 닿는 곳에 아주 쬐끔, 후원금을 보내 짐짓 마음의 평화를 얻기도 한다.

사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관심을 갖고 그들의 어려움을 알아봐 주는 것으로부터 사회적 배려는 시작된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다.

보통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생각할 때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만 힘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음의 상처는 뿌리가 깊다. 혼자된 엄마, 아버지 없는 아이, 가출자녀, 부모의 가출, 장애, 청소년 알바, 숨어사는 생모, 혼외자녀, 친모없이 두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들,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 이복형제, 불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연인들, 정략결혼, 파혼, 이혼, 재혼, 바람둥이 아버지, 매맞는 아이, 방임아동, 학대아동, 과잉기대부모, 청소년 자살, 학교폭력, 낙인, 배제, 빈껍질가족, 콩가루가족….

그리고 그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어른과 청소년들. 이들이야말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보살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사회적 배려의 대상이다. 결국 우리들의 모습이기에, 배려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눈치 빠른 독자는 알아차리셨을 거다. 얼핏 보면 말도 안되는 상황설정인 최근의 인기 드라마에 나오는 문제 상황들이다. 설마 이 작가가 재벌 자녀들의 황당한 생활을 보여 주려고 작품을 쓴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돈'이라는 물질적 잣대로 평가될진대, '경제적 변수를 빼면 어떨까?' 에서 시작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여주인공 가족 외에 빈곤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어느 하나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없다. 방임되고, 배제되고, 소외되고, 계산적이기만 한 어른들에게서 도무지 사랑이라는 건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로 가득 차 있다. 참 딱한 아이들이라는 동정심이 생기는 모습들이다. '사배자'(사회적 배려대상자)란 말이 수도 없이 나올 때, 우리는 이미 알아차렸다. 제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사회적 배려의 대상이라는 것을.

이 모든 문제들의 정점에는 '아버지'가 있다. 모든 것을 가진 회장님은 의자(내겐 휠체어로 보인다)에 앉아 지휘를 한다. 그에게서 나는 성경에 나오는 연못가, 수십 년 된 앉은뱅이를 연상하곤 하였다. 자신의 병폐를, 스스로 바꾸려 하지 않는 고집쟁이가 보인다. 병이 깊어 일선에 나서지도 못하면서, 낡은 구시대의 방식으로 변화하는 미래를 잡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회장님'의 모습에서는 자본주의의 나쁜 쪽 얼굴이 보인다. 소유한 것으로써, 약한 이들을 억압하고 통제한다. 수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이 작가에게서 희망을 갖는 것은, 아이들이 나쁜(!) 환경 속에서도 힘겹게 제 길을 찾아가고 있는 점이다. 그들은 힘없어 자주 울지만, 상처받은 것보다 더 큰 소망으로, 따뜻한 위로와 사랑의 길을 갈구하며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작가가 어린 청소년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좋은 쪽 얼굴을 보여 주고 있다고 느낀다.

스스로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이다. 배고픔 때문에, 후안무치가 합리화되는 구세대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이 청년들이 하고 있다. 풍요 속에 자란 세대는 개인을, 개성을 소중히 여기며 자란다. 다양성을 받아들인다. 꿋꿋한 모녀가족, 절친 부자가족, 티격태격하면서도, 마음을 읽어주는 친구들, 다르지만 서로 보듬어주며 성장하는 모습이 우리가 갖는 희망이다.

우리가 더 가진 것은 무엇인가? 관심, 인정, 사랑…. 생각해보면 우리가 가진 재능은 무한하다. 그것이 무엇이든 더 가진 사람이 내어주면 된다. 선을 너무 진하게 긋지 말자. 따뜻한 말 한마디로 경계를 허물자. 그게 사회적 배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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