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밤 부론면 '이달의 꿈' 극장에서 악단 '부추'의 올해 마지막 공연이 열렸다. 전문 음악인들과 함께 참여한 어떤 주부 단원의 공연은 각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서툰 솜씨로 퉁소를 연주하는 그 모습은 주부의 삶의 현실과 소박한 꿈이 온전히 표출된 '비디오'였다.

공단노동과 자식농사, 무대책 노후 등 버거운 살림살이에서 제 몸 하나 돌볼 겨를이 없는 주부들이 짊어진 부담이 퉁소가 끊어질듯 뿜어내는 음률에서 그대로 묻어남으로써 다큐멘터리의 명장면을 리얼하게 표출하였다. 그 공연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바를 다시금 되새겨주었다. 예술운동의 의지와 현실, 서민의 생활과 전문적 예술의 간극을 전일적으로 회통시킬 방책을 찾아내자. 현실의 문제를 짚어보자.

연출된 조작적인 세련미에 너무 잔인하게 노출되어있는 사회를 생각해본다. 우리네 삶의 현실은 늘 촌스럽고 서툴고 먹먹하다. 현실에는 연습이 없으니까. 생활 속 서민적인 가치, 촌스러움, 아이의 어눌함 같은 진솔성의 미학에 눈을 떠야 생활 예술의 진가를 깨닫는다.

오늘의 부족함을 내일에 채우며 출렁거리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바로 우리네 삶이 그렇게 채워지고 비워지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에 모자람, 촌스러움은 진정 소중한 가치이다. 부족함의 미학은 생활예술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예술성의 진수이다. 속된 것이 성스러움을 압도한다.

'문화트랜드와 지역문화정책'을 주제로 지난 한 해 동안 꾸준히 준비하고 연구해 온 원주시 관계자들과 전영철 교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단지 아쉽다면 성장중심의 경제적 가치관에 집중된 점이다.

한류가 '한국학'에서 발동한 것이 아니듯이 위로부터 하향하는 문화전략은 공허할 수 있다. 문제는 생활현장 집중이다. 삶의 현장에서부터 뿌리를 내리는 예술문화가 생명력이 있다. 창과 판소리의 울림이 변함없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그것이 삶의 원형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원주 예술문화 마당은 수평적으로 수직적으로 열려있어 생활예술의 잠재력이 크다. 이제 전문예술가들의 아량과 시 관계자들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 생활예술과의 협동관계망에 참여하겠다는 전문예술인들의 의지와 자신감이 힘을 받도록 적극 지원해야한다.

전문예술가들은 벽을 허물고 생활예술에 자양분을 제공하고 생활예술집단은 전문성을 존중하며 문화생산자로 소비층으로 성장하며 공동번영을 추구해야한다. 원주의 예술문화 발전을 진정으로 기원한다면 예술문화의 지원시스템은 양자의 순환 구조에 기름칠을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특히 전문예술인과 생활 예술인들이 결합하는 구조의 문화행사가 지속성을 갖는다면 인센티브를 제공해 '생활예술의 도시 원주'를 확장시켜 가야할 것이다.

또한 특성화된 지역문화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원주 옻으로 제작한 생산물과 원주한지를 활용한 업소나 산업체에는 세제혜택을 베풀어 지역성의 예술문화 전통을 생활 속에 녹여내는 방안을 뒷받침해야 한다. 지자체 의회와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역할과 섬세하고 노련한 해법이 절실히 필요하다. 실제로 체감하는 예술문화정책만이 주효한다.

원주시민의 생활 현장으로부터 예술문화의 기둥을 굳건하게 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