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는 도시 난개발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도시계획시설은 도시발전과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도시계획에 따라 도로, 주차장, 공원 등으로 고시한 것이다.

그러나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만 한 뒤 예산난 등을 이유로 원주시가 제때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원주에서 10년 이상 장기 미집행된 시설은 662개소이며, 면적은 939만㎡에 달한다. 이를 모두 집행하려면 1조8천673억원이 든다고 한다.

내년도 본예산이 8천억원 수준인 원주시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예산이다. 도로, 공원 등 규모가 크고 사업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조기 착공도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오는 2020년이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도입돼 도시계획시설이 자동 해제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미 해제 논의가 시작돼 상당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작년 4월 개정·시행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주시는 지난 4일 원주시의회에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관한 현황보고를 했다. 법률에 따른 행정절차로, 시의회는 이 날로부터 90일이 되는 내년 3월 3일 이전에 해제시킬 도시계획시설 대상을 결정해 원주시에 권고하게 된다.

원주시는 현황보고에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662개소 중 480개소는 현재 상태로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나머지 182개소 중 116개소도 일부만 변경하는 것으로 검토했으며, 폐지해야 하는 대상은 전체의 10%인 66개소에 그쳤다.

그러나 이는 원주시의 의견일 뿐 이제 칼자루는 시의회가 쥐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일 현황보고 자리에서 시의원들은 해제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쏟아냈다. 법률이 개정된 목적이 시민의 재산권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인 만큼 시의회의 이같은 입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더기 해제될 경우 도시 난개발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으며, 향후 도시발전에 큰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해제될 경우 땅값이 오르기 때문에 특혜 논란이 일 것으로 우려된다. 어느 지역은 해제하고, 어느 지역은 해제하지 않을 경우 형평성 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시의회는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엄정하게 심의해야 한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지역사회에 큰 분란을 일으킨 '경사도 논란(원주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되풀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원주시가 시의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럴경우 상당한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는 하루속히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2020년 일몰제가 도입되면 도시계획시설이 자동 해제돼 해당 부지는 대지나 녹지 등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다. 그 틈을 노려 너도나도 부지를 활용할 경우 전국이 난개발 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땅은 대대손손 쾌적하게 이용해야 하며, 후손들이 누려야 할 그같은 권리는 우리가 만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