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해질 무렵이 되면 온 신경을 스마트폰 속에 쏟은체 느린 걸음으로 집에 간다. 끝이 보이지 않던 회색빛의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는 진한 흙냄새를 내게 넘기고 사라졌다.

벼를 수확하기 전 황금빛이 흩날리던 때에는 그 눈부심이 그 어떤 것보다 더한 장관을 선사하곤 했지만 마시멜로 같은 볏짚덩어리 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지금은 너무 볼 것이 없다. 가끔 한눈 팔다가 불어나온 돌부리와 잡초들에 걸려 넘어지곤 하는데 그런 것 말고는 별로 특별한 일도 없다. 이름 모를 잡초. 그 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집 앞 논두렁에 자라고 있는 아주 자주 보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며칠 전 식물도감을 보던 중 너무나 익숙한 풀을 발견했다. 나는 너무 놀랐다. 그 풀의 이름은 '수염가래꽃'이었다. 엄연히 이름이 있는 하나의 식물이었는데 나는 그동안 아무런 관심도 없이 잡초라고 칭해댔다. 생각해 보니 나의 등·하굣길을 함께 해 주던 것은 이 풀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문득 내가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저 친구라는 이름으로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이 사람들을 정말 진심으로 대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같이 다닌다는 이유로, 또 친하다는 이유로 내가 이들을 너무 방치하여 두고 편하게 생각 하여 막대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물풀처럼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 볼 수 있고 친숙한 것에서 존재의 가치를 발견한 것처럼 앞으로는 아무리 가까이에 있고, 친숙한 존재라고 하더라도 조금 더 의미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 하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모든 것에 의미 있는 존재가치를 부여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깨우친 내가 가꿔나갈 나의 미래 모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