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단구동 모 식당 주인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새벽1시경 체격이 건장한 남자손님 3명이 들어와 CCTV 사각지대에 자리를 잡고 음식과 소주 2병을 주문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인 같았지만 청소년 음주가 빈번한 터라 신분증을 확인한 뒤 주문을 받았다.

신분증으로 이들은 상지대 학생증을 제시했다. 이들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들이닥쳤다.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했다는 것이었다. 이로인해 이 식당은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올 들어 원주시로부터 청소년 주류제공으로 인해 행정처분을 받은 업소는 37곳이었다. 이처럼 청소년 주류제공 업소에 대한 신고와 행정처분이 지속 발생하고 있지만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 음주가 빈발하는 이유로 업주들은 음주 청소년들에 대한 적절한 제제조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계동 한 치킨집 주인은 "얼마 전 자신과 닮은 사촌의 신분증을 보이며 술을 달라고 한 학생이 있었다"며 "신분증을 조회해 볼 수 없는 식당 입장에서는 신고를 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업주가 신분증을 확인하고 술을 제공해도 신고가 접수돼 적발되면 학생들은 훈방이나 계도로 끝나지만 업체는 과징금이나 영업정지를 받아야 한다.

특히 학생들이 이를 악용해 술을 마시고 주인에게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무전취식 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단계동 한 고기집 주인은 "누가 봐도 성인으로 판단돼 술을 팔았는데 다 먹고 나서 학생이라고 말하면서 신고하겠다며 무전취식을 강요당한 어이없는 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되면 업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받지않고 보낼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술을 구입하는 건 손쉬운 일이다. 모 고등학교 한 학생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술을 구입하면서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2010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를 분석한 '우리나라 청소년의 음주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주류 구매를 시도한 청소년 가운데 82.5%가 주류를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현장에서는 제공하는 사람만 처벌할 것이 아니라 음주를 한 학생들도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행정처분 경험이 있는 단구동 모 식당 주인은 "2개월 영업정지와 제공한 종업원까지 50만원의 벌금을 맞아 다시 영업하기가 힘들었다"며 "학생들이 음주로 적발되면 의무봉사를 부여하거나 부모에게 벌금 또는 처벌을 내려 강하게 대응하는 것이 청소년 음주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를 살펴보면 현재 음주율(최근 30일 동안 1잔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이 23.7%로 전국에서 강원도가 1위로 나타났다. 전국평균 19.4%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또한 남·여 학생들의 음주비율(남학생 23.6%, 여학생 23.9%)이 거의 비슷했다. 강원도가 여건상 신고나 단속이 취약해 청소년 음주비율이 높게 나오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수능이 끝난 데다 연말이어서 청소년 음주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